KBS 신년기획 출연 '답방 사과' 질문받고 "미래를 위해 나가야"
김영철 訪南땐 당시 宋국방 "불쾌하다"… 鄭국방은 후퇴한 발언
 

정경두 국방(왼쪽), 조명균 통일
정경두 국방(왼쪽), 조명균 통일
강경화 외교·조명균 통일·정경두 국방 등 외교안보 부처 장관 3명이 모두 1일 밤 KBS 신년기획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이날 한 시민 패널이 정 장관에게 '일부 보수 정치권에서는 김정은이 서울에 오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데 여기에 대한 장관님 생각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지금 남북 관계는 미래를 보면서 실질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고, 또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부분(사과)에 대해 분명히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남북 관계가) 잘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우리가 이해를 하면서 미래를 위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사회자가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조 장관은 "취지에는 정부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보면서, 그런 틀 속에서 문제를 함께 같이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는 방남(訪南)의 필수 요소가 아니라는 방침을 밝힌 셈이다.

특히 군(軍) 최고 책임자가 '김정은의 사과가 없어도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의 발언은 지난해 초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주범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군의 입장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은 김영철이 천안함 사건의 주범인지에 대한 질문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의 방남에 대해선 "군 입장에서는 불쾌한 사항"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김정은 답방을 둘러싼 '남남(南南) 갈등'을 키울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김 위원장이 답방을 희망한다면 굳이 반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를 하게 되면 남북 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 역시 지난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충원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천안함 유족들, 또 국민에게 사죄하는 게 우선돼야 김정은의 답방을 환영하고 국회 차원의 연설을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장관들은 이날 김정은의 빠른 답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선)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고 했고, 조 장관은 "가급적 빨리 답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을 기울여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김정은이) 답방을 하게 되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추동력을 가지고 올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다음 달 설(2월 5일)이 '답방 1차 목표선'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강·조·정 장관은 이날 김정은의 신년사에 호평했지만, 그가 미국을 압박하며 거론한 '새로운 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與圈)은 미국을 위협한 뉘앙스가 담긴 해당 발언에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일 KBS라디오에서 "(미국에 대한) 사실상 간청"이라며 "(북한이) 지금 군사적으로 뭘 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조 장관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전력난 해소 방안으로 '원자력 발전'을 거론한 데 대해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비핵화 이후 경수로와 우라늄 농축 시설 등에 대한 평화적 이용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해당 발언을 했다고 분석한다. 조 장관은 "2005년 6자회담 합의에도 핵 문제 진전에 따라 핵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는 부분이 있다"며 "북한의 원자력 발전이나 평화적 핵 이용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3/20190103002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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