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국에 먼저 보낸건 우선 美北관계 풀겠다는 뜻"
金 "상황 주시하며 서울 방문"
 

북한이 새해를 목전에 두고 한·미에 '연하장 공세'를 편 것은 최근 부쩍 커진 '북한 비핵화 회의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믿어 달라. 약속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두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한국보다 미국에 먼저 연하장을 보낸 데 대해 전문가들은 "결국 미·북 관계가 풀려야 남북 관계도 돌아간다는 인식이 투영돼 있다"고 했다.

◇미국에 먼저 연하장 보낸 북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방남(訪南)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뒀지만 이를 위해선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사실상 향후 정세를 보며 서울 답방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우선적으론 북·미 대화에 집중하고 그 이후에 서울 답방을 하겠다는 뜻이 내포됐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평양에서 열린 제4차‘전국농업부문 열성자회의’에서 참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평양에서 열린 제4차‘전국농업부문 열성자회의’에서 참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청와대가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김정은 친서의 일부분과 표지. /조선중앙TV·청와대

이 같은 의도는 북한이 서울보다 워싱턴에 먼저 연하장을 보낸 데서도 엿보인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부쩍 커진 '북한 비핵화 회의론'의 진원지는 워싱턴"이라며 "이에 난처해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안심시키기 위해 연하장을 보낸 것 같다"고 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은 미국이 미·북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아야 남북 대화, 남북 경협도 돌아간다는 걸 안다"고 했다.

최근 미국 조야(朝野)에선 지난달 미·북 고위급회담 무산 이후 '북 미사일 기지 증강' '2020년 북 핵탄두 100개' 등 북한의 핵무력 증강을 뒷받침하는 보도가 잇따르며 "북한에 속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왜 이 시점에…文 대통령 체면 살리기?

김정은이 새해를 이틀 앞두고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건 이례적이다. 통상 남북 정상 간 친서는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갔다. 매년 이맘때 신년사를 통해서 대내외 메시지를 내온 김정은 입장에선 파격 행보다.

김정은이 친서를 보내오기 전에 우리 측이 먼저 취한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친서 전달 방법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인편(人便)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지만 구체적 방식은 모른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간 '핫라인'이 가동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의 '선제 친서'에 대해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연내 답방 무산에 대해 우리 측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신범철 센터장은 "약속했던 '서울 답방'을 하지 않았다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선 북한이 김정은 연내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고 연일 우리 군과 정부를 비난하자 "김정은을 믿어도 되느냐"는 말들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비핵화 문제는 원론 수준 언급

문 대통령이 받은 친서엔 미·북 대화나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북·미 협상 등 비핵화와 관련한 다른 언급은 없었나'라는 취재진 질문엔 "구체적인 친서 내용을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 의지도 다시 한 번 천명해주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두 정상이 한 해 세 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사이 오랜 대결 구도를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이뤘고 이를 통해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를 벗어나게 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31/20181231002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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