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과 북한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된 와중에도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미 북한의 미사일·핵개발은 연구 단계에서 대량 생산 단계로 넘어갔으며, 2020년까지 약 100개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 시각) 미 NBC 방송은 북한이 올해 들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장하는 ‘승리’가 아닐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북한 당국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수소폭탄 등의 시험 발사를 계속하며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에게 전쟁의 위협을 가하며 긴장감은 고조됐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의 발사 장면. /북한 조선중앙통신

올들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자 양국 간 갈등은 완화되는 모양새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올해 6월 싱가포르에서 양국 정상으로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미사일과 로켓은 더 이상 사방으로 날아다니지 않고, 핵실험은 중단됐다"며 자신의 대북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BC는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눈길을 끄는 무기 전시를 중단했을지는 모르지만, 감지하기 어려운 곳에서 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크리스티나 배리얼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현재 연구와 개발 단계에서 대량생산 단계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위성사진 분석 등을 근거로 하면 북한은 핵분열성 물질 생산과 미사일 기지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김정은이 이미 올해 초 예고한 것이다. 김정은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필요한 모든 시험을 완료했다"며 "이제 핵무기 연구 분야와 로켓 산업은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을 대량 생산해야 한다"고 했다.

미 의회의 외교·안보 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워크 수석부소장은 "지금의 생산 속도로 북한은 2020년까지 핵탄두 100여개를 갖게 될 것"이라며 "이는 영국이 보유하고 있는 양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북한은 2018년 5월 24일 한·미·영·중·러 5개국 기자단 3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폐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또 지난 5월 북한이 파괴했다고 주장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실상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파괴한 핵실험장을 원상복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와 핵탄두 대량생산은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공동선언에 들어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약속이 빠졌다는 것이다.

양국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서로가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은 북한의 핵 제거를 비핵화로 보는 반면,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 제거까지를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로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양국 간 비핵화 협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NBC는 전망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대북 침략에 대한 최고의 보험으로 생각하고 있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는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

이런 상황에서 국제 사회는 미국에 북한 비핵화의 ‘단기 목표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NBC는 일례로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제로섬 게임보다는 경제와 평화 협력을 통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북한과 접촉을 늘렸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은 올들어 세 번의 만남을 가졌다. 이 만남에서 양국 정상은 개별적인 거래를 도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원하는 건 실제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이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한 것만으로도 대북정책의 성공을 주장하면서 정치적 승리를 누리기에 충분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 마도 외교적 절차가 진행되는 한 미사일 시험이 중단될 것이라는 것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는 이 ‘리얼리티쇼’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NBC는 나랑 교수의 주장과 관련해 "이것은 김정은에게도 편리한 상황일 것"이라며 "트럼프가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과 미사일 시험 중단을 근거로 승리를 주장하는 동안 북한은 무기를 증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8/20181228009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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