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 폐기 뿐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핵 위협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이런 주장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육군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에 "한반도의 비핵화가 북한 뿐 아니라 미국의 핵 위협 제거라는 북한의 주장은 전혀 새롭지 않다"며 "한·미가 북핵 협상을 할 때, 북한이 말하고 있는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FDD는 워싱턴 소재 신(新)보수주의 성향 민간 연구기관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이란 정책 등에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은 한국 내에 핵무기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이 비핵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전략 자산을 배치할 때마다 한국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등을 통해 미·북 관계가 근본적으로 새롭게 수립되지 않는 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이행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싱가포르 북미정상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조선반도 비핵화’의 정의를 미국이 ‘북한 비핵화’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그릇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북한)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의"라고 밝혔다.
 
2018년 11월 8일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의장대 기수들이 행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북한이 오랫동안 원했던 주한미군 철수를 통한 미국의 핵 위협 제거를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싱가포르 선언에 포함시켰다"면서 "이번 논평은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재차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논평에서 말하는 ‘핵 위협 제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북한 측으로부터 직접 들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핵 위협 제거’가 주한미군 철수를 뜻하는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북한에 대한 공격 위협을 없애라는 뜻인지는 속단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논평에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을 뿐 아니라 지난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에 위협만 가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유지해도 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만큼 섣불리 북한의 의중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자누지 대표는 28년 간 미국 정부와 의회·유엔 등에서 동아시아 관계 업무를 다뤄온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 가다.

자누지 대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 제거는 북한이 지난 70년간 일관되게 밝혀온 주장"이라며 "이 시점에 입장을 재표명한 것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이런 우려를 잠식시킬 수 있는 협상을 마련하도록 미국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이번 주장과 관련한 RFA의 논평 요청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1/20181221011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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