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오늘 인도적 지원책 논의… 남북협력사업 일부 허용도 검토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연일 적극적인 '대북 구애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19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인 북한 여행 금지 조치'의 일부 해제 가능성을 시사한 그는 20일 오전 방한 첫 일정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았다. 북측 인사와의 접촉 계획도 없이 판문점에 간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북에 대화 복귀를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비건 대표는 21일 열리는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800만달러 인도적 지원 허용 등 '대북 선물 꾸러미'를 풀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비건 대표가 제시하는 '당근'의 수준으론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비건은 '구애', 北은 시큰둥

비건 대표는 이번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다양한 '대북 대화 유인책'들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800만달러 대북 인도 지원이 의제냐'는 질문에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정부는 작년 9월 유니세프와 WFP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모자 보건·영양 지원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분위기를 감안해 집행을 보류해왔다.

워킹그룹 회의에선 이 밖에도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26일), 이산가족 화상 상봉, 북한 양묘장 현대화, 남북 간 국제항공로 신설 등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면제를 긍정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부분적 기류 변화'는 비건 대표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임명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북측과 협상을 하지 못하자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비건 대표의 제안에 흥미를 보일 가능성은 작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제재 해제 또는 완화를 원한다"며 "(인도적 지원에 국한된) 미국의 제안과 북한의 요구 사이엔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이 정도 유인책으로 북한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해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라며 제재 해제 요구를 이어갔다.

◇"백악관, 비건 노력 실패 시 '플랜 B' 검토"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협상파인 비건 대표의 운신의 폭이 좁고, 미국의 인내심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되 비건 대표를 내세워 협상 유인책을 제시한다는 게 현재 미국의 입장"이라며 "하지만 백악관은 플랜 B, 즉 비건이 추진하는 외교적 방안이 실패할 경우 현재 제재 이상으로 북에 타격을 줄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도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비핵화 달성 때까지 대북 제재 완화·해제는 절대 불가능하고, 북이 대화에 응하면 추가 제재는 재고·유보한다'는 것"이라며 "비건 대표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제재·압박 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 비건 대표의 행보는 연일 대북 압박을 강조하는 미국 조야(朝野)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감이 있다. 19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우리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권고를 고려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이런 권고에는 인권침해에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표적 제재가 포함된다"고 했다. '가장 책임 있는 사람'은 김정은을 겨냥해 쓰는 표현이다.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8일 한 토론회에서 "한반도에 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화염과 분노'의 상황이 재개될 수 있고, 소위 '코피 작전' 시나리오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1/20181221003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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