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硏 ‘2019 정세전망 보고서’ 발간
"韓, 전략적 모호성 계속 유지하다 ‘코리아 패싱’ 현실화 우려"
"北, 김정은 서울 답방 대미 지렛대 카드로 활용 관측"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 19일 서울 경희궁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2019 정세전망 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범철 선임연구위원, 차두현 객원연구위원, 최강 부원장, 함 원장./아산연 제공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핵무력을 증강하고 있다. 2019년은 지속적인 대화 동력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지만, 북한의 비협조적 태도로 계속해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은 19일 발표한 ‘2019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은 내년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예측했다.

아산연은 보고서에서 "2019년엔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비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며 주요 국가들의 세력 확장 및 연대가 한층 두드러질 전망"이라며 "선택을 강요 받는 국가들은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연구원은 "선택을 미루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할 경우, 한국은 고립된 상황에 부닥치게 되고, 한국에 대한 신뢰는 약화될 것"이라며 "한국이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주변국들의 전략적 경쟁 구도하에서 ‘코리아 패싱’이 현실로 나타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내다 봤다.

◇ 남북관계, 추동력 약화…다가오는 ‘진실의 순간’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2019년엔 남북관계 추동력이 약화되고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진전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견해다. 최 부원장은 "시간이 갈수록 대화와 협상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국면이 전환될 경우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범철 선임연구위원은 "10월 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북미 간 공식 대화는 단절돼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비핵화 협상이 ‘성과없는 협상 지속’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속적인 대화 기조는 유지하지만 고위급·실무 대화는 진행되기 어렵다는 견해다. 그는 또 이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놓고 한국 사회 내 남남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을 희망하지만, 한미공조가 흔들릴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 외교적 파급효과로 인해 결국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과 다를 순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든 한국은 자유주의적 기본질서의 틀에서 대북정책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연은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외교전이 내년 7월에 분수령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화 분위기 속에서 3월에 예정된 키 리졸브 훈련을 연기하겠지만, 상반기동안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 8월에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연기하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UFG 훈련을 앞두고 7월에 1차 위기가 올 것이다. 북한이 UFG 훈련 재개에 반발해 미사일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9일 서울 경희궁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2019 정세전망 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아산연 제공
◇ "김정은 서울 답방, 美 흔들기용"…성사 여부는 관측 엇갈려

아산연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북한의 대미 협상 계획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범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재 대미 협상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대미 협상을 어떻게 플래닝할 것인가에 따라 답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답방 시점으로 북한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차 미북 정상회담 후 답방한다면 비핵화 협상 진전에 따른 남북 경협 카드를 얻을 수 있다. 또 김정은의 달라진 이미지에 대한 한국 내 지지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미북 정상회담 전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하는 경우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여줌으로써 남북관계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빨리 이끌면서 미국에 초조함을 안겨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 성사 가능성을 놓고선 연구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최 부원장은 "김정은의 답방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도 ‘가까운 시일내에 답방한다’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서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한국을 통해 국면전환을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한국을 통해 국면전환을 할 가능성이 낮다고 볼 것"이라며 "김정은이 서울 답방 후 북한 주민들에게 ‘선물을 들고 왔다’고 할만한 꺼리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에게 ‘부가가치가 없는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차두현 객원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연초 신년사에서 답방 사실을 밝히고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은 "김정일 사망 주기와 내부 정치 일정상 11월, 12월엔 서울에 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다만 문재 인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은 분명하지만, 남쪽에서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고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차 연구위원은 "한국이 줄게 없는 걸 알면서도 김정은이 한국을 온다면 결국 미북 대화의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의미"라며 "서울 선언문을 통해 주한미군과 군비통제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을 흔들 지렛대로 활용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9/20181219019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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