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혐의로 감찰을 받고 있는 전직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이 러시아 대사로 있는 우윤근 전 민주당 의원의 채용 비리 의혹 관련 첩보 보고서를 썼다가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우 대사에 대한 인사 검증이 진행되던 작년 8월 '우 대사가 2009년 건설업자로부터 조카 취업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가 2016년 총선 직전 측근을 시켜 돌려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는데, 이 일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감찰까지 받게 됐다는 것이다. 해당 특감반원은 "첩보 내용을 조국 민정수석이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보고했고 임 실장이 '대비책을 마련해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며 "우윤근 건은 한 예시일 뿐 내가 보고한 첩보 중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처리한 것이 여러 건"이라고도 주장했다.

청와대는 "인사 라인의 자체 조사 결과 (첩보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돼 (우 대사) 인사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 대사도 "청탁이나 돈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우 대사 측은 해당 건설업자에게 1000만원을 송금한 이유에 대해 "협박 때문에"라고 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협박을 당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협박이 있었다면 수사기관에 고소하면 되지 왜 돈을 주나.

청와대는 "(첩보 내용은) 과거에도 반복 제기된 사안이고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고 했다. 하지만 우 대사 측이 1000만원을 송금한 것은 무혐의 처리 이후이고 당시 상황을 담은 녹취록까지 보고에 첨부됐다고 한다. 이 일에 관여한 우 대사 측 인사가 청와대 조사를 받은 일도 없다. 만약 청와대가 비리 가능성을 알면서도 적당히 넘어갔다면 범죄가 될 수 있다.

임 실장과 우 대사의 말도 서로 맞지 않는다. 임 실장은 "보고받은 일 없다"고 했다. 우 대사는 처음엔 "대사 내정자 시절 임 실장이 관련 의혹을 묻길래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가 이 말이 논란이 되자 "대사로 부임한 뒤 내가 (임 실장에게) '지나간 일로 검증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임 실장이 먼저 물어본 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알려줬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말 한 언론이 특감반 직원들의 비위를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청와대는 2주일간 아무 일 없다는 듯 쉬쉬하고 있다가 언론 보도가 나오자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원 전원을 교체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자초지종을 국민에게 설명하면 될 일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보름이 넘도록 감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을 대대적으로 쇄신할 것처럼 하더니 사실상 이름만 바꿔 눈가림을 했다. 이러니 전(前) 정권 시절 '십상시 문건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폭로한 특감반원을 지목해 "궁 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했다. 전 특감반원은 내부 고발자일 수도 있고, 사실을 잘못 알고 오해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을 가리면 된다. 그런데 최고 권부의 공직자가 '미꾸라지 한 마리'라고 사람을 대놓고 위협한다. 시중에선 '북한 방송인 줄 알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는 냉정과 품위를 지킬 때 얻는 것이 더 많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6/201812160170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