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만에 제재 대상 추가
 

미국 정부가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현지 시각) 북한의 2인자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등 3명에게 인권유린 책임을 물어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날 미국 정부가 겨냥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는 이날 최룡해 등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북한 정권의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권유린과 검열을 이유로 들었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및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 제재가 발효된 현재로선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재무부는 최룡해를 북한의 '2인자(number two)'로 지목하면서 "당의 조직지도부를 이끌면서 검열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정치 문제를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정경택에 대해선 "보위성(국정원에 해당)을 이끌면서 검열 활동과 인권유린에 대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정치범 수용소의 고문과 강제 노동, 성폭행 등 심각한 인권유린과 지시에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박광호와 관련해선 "선전선동부를 이끌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검열을 받지 않을 자유를 더욱 억압했다"고 했다.

미국의 북한 인권 관련 제재는 2016년 7월 북한 김정은 등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시작으로 이번이 네 번째다. 미국은 작년 1월엔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등 개인 7명 기관 2곳, 작년 10월 정영수 노동상 등 개인 7명과 기관 3곳을 제재했다. 이는 지난 2016년 2월에 시행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1년2개월 만에 다시 제재 대상을 발표한 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룡해는 김정은이 남북, 미·북 대화와 방중(訪中) 등 잇단 대외 활동에 나선 상황에서 주로 평양에 머물며 내부 단속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 체제 유지의 핵심 인물들을 콕 집어 공략한 셈이다. 미국 국무부·상무부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홍콩을 찾아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권고한 사실이 이날 외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의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봐야 한다"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제재 완화'까지 언급했는데도 반응이 없자 북한에 상징성이 큰 인물인 최룡해에 대한 제재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인권유린은) 18개월 전에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잔인한 처우를 상기시킨다"며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일주일 만에 사망한 웜비어를 언급했다. 북한의 잔혹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재무부는 "오토 웜비어가 살아 있다면 지난 12일 24세가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의 인권 언급에 대해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 정신에 배치되는 극악한 적대 행위"라며 "미국의 이중적 처사가 내외의 비난과 규탄을 자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는 최룡해 제재 사실이 공개되기 전 작성된 글로 앞으로 인권과 관련한 미·북 간 신경전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의 이번 제재에 대해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정부는 대북제재법에 따라 북한 인권 침해 상황에 관한 보고서 및 제재 대상을 정기적으로 발표해오고 있 다"며 "이번 발표는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례적인 일이 아니란 취지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해야지 오히려 상반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의 인권·인도 문제를 지향하는 미국의 자세를 환영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2/20181212003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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