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맞이 환영단’, 소셜미디어에 지하철 광고안 공개
‘아이돌 생일 축하 광고’처럼 분홍색 배경에 "올 연말 최고의 선물♥"
김정은 영문 이름 ‘JEONG EUN’으로 잘못 표기
"강남·홍대입구·건대입구驛에 게재 추진"
서울교통공사 "정치 의견 광고 게재 안 해" 불허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인’이라고 부르는 ‘위인맞이환영단’이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제작한 지하철 광고안을 공개했다.

위인맞이환영단은 10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김정은 환영 광고안을 올렸다. 분홍색 배경에 김정은이 검은 코트를 입고 웃고 있는 사진을 넣었다. 그리고 "올 연말 최고의 선물♥" "JEONG EUN’s coming to SEOUL" "김정은 위원장님의 서울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위인맞이환영단이 제작한 김정은 환영 지하철 광고안./ 위인맞이환영단 페이스북

위인맞이환영단은 "드디어 지하철 광고안이 나왔다. 팬클럽 광고는 역시 핑크"라면서 "오늘부터 위원장님의 모습을 지하철역에서 볼 수 있게 광고 등록을 추진한다"고 적었다. 위인맞이환영단 측은 "강남역과 홍대입구역, 건대입구역 등 세 곳의 역에 광고 게재를 추진 중"이라며 "실제 광고판에 게시될 환영 포스터를 남측 최고 전문 디자이너가 제작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광고안에선 자신들의 ‘위인’이라고 ‘칭송’하는 김정은의 영문이름 표기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의 공식 영문 표기는 ‘Kim Jong Un’인데 광고안엔 ‘Jeong Eun’으로 적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공개한 김정은의 친서 영문본에도 ‘Kim Jong Un’으로 나온다. 위인맞이환영단이 ‘Jeong Eun’으로 적은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2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한글본과 영문본. 김정은은 친서에서 자신의 영문 이름을 ‘Kim Jong Un’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앞서 위인맞이환영단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위원장님 환영 지하철 광고 모금에 돌입한다"면서 김수근 단장 명의의 계좌 번호를 올려놓았다. 목표 금액은 300만원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위탁을 받은 광고대행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사의 경우 가로 4m 세로 2.2m 크기의 광고판에 한 달간 광고를 게재하는 데 250만~450만원이 든다. 강남역·홍대입구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단가가 가장 높다. 통상 아이돌 그룹 멤버의 생일 축하하는 광고도 이 크기의 광고판에 걸린다.

그러나 김정은 환영 광고가 실제로 지하철역에 게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정치적 주장이 담긴 광고는 게재를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올해 초 정치적 색채가 있는 광고를 지하철역에 게재했다가 논란이 됐다"며 "이후 논의를 거쳐 현재 ‘성(性)·정치·종교·이념’에 관련된 ‘의견 광고’는 게재를 허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5일 ‘대학생겨레하나’가 서울교통공사가 불허해 지하철역에 게재하지 못한 광고를 서울광장에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5월에도 남북관계와 관련된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 당시 대학생 연합동아리 ‘대학생겨레하나’가 4·27 남북 정상회담 도보다리 회담 사진을 배경으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지하철역에 게재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겨레하나 회원들은 지난 6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지하철역에 게재하려 했던 광고를 설치한 뒤 서울교통공사 측에 항의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위인맞이환영단 발족 기자회견. 맨 왼쪽이 김수근 단장이다./ 조선일보DB
위인맞이환영단은 지난달 26일 결성됐다. 김수근 단장은 당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결성식에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여러분도 곧 좋아하실 겁니다" "김정은 팬클럽을 공개 모집합니다"라고 외쳐 물의를 빚었다. 김 단장은 지난 4일 방송된 KBS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과 인터뷰에서 "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팬"이라면서 "(김정은은)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과 실력이 있고, 지금 (북한) 경제발전이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왜 위인인가?’ 세미나에선 "김정은 위원장님은 한반도 전쟁을 멈춘 위대한 인물"이라며 "미국이 깡패국가지만 북한엔 쩔쩔매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모든 나라가 군사력을 강화하려고 하는데, 핵 폐기는 바보 멍청이 같은 짓"이라고 했다.

보수 단체는 지난달 29일 위인맞이환영단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1/20181211021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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