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도 북한과 우간다의 군사·경제적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북한은 우간다에 무기 판매, 군사 교육, 의료 서비스 등 노동력 제공을 통해 외화벌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위반한 행위라고 WSJ은 지적했다.

유엔은 미국의 주도로 2016년부터 대북제재 캠페인을 시작했다. 북한 주민에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회원국 내 북한 국영기업을 폐쇄했다. 김정은 정권의 자금 유입을 막고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한 방침이었다.

그러나 WSJ은 당시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과의 단교를 선언했던 다른 아프리카 소국들도 북한과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간다를 비롯해 탄자니아, 잠비아, 수단, 모잠비크 등은 유엔 제재 이후에도 북한과 더 은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국가들은 WSJ의 논평 요청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북한 리성철(맨 왼쪽) 인민보안부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이 2013년 6월 13일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경찰 훈련 학교를 방문해 무기를 검사하고 있다. /nbs

시드니대학의 북한 전문가 저스틴 헤이스팅스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북한 경제가 중국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소규모 국가들과의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디에서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의 후원자였던 중국은 올해 대북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WSJ은 우간다군 고위 장교들을 인용, 우간다의 공군 기지 내부에서 북한 특수부대 소속 요원들이 우간다 정예부대를 은밀히 훈련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요원들은 우간다군을 상대로 헬리콥터 공격 기술, 무술 훈련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간다의 한 군인은 WSJ에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를 끊지 않았다. 지하로 이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간다 관리와 외교관들은 현지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우간다 국방부 대변인은 이런 사실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우간다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전적으 동의했고, 이에 관해 유엔에 수많은 보고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우간다 군이 북한으로부터 군사교육을 받았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우간다는 지난 2016년 평양과의 군사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직접 강력한 대북제재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간다 외무부와 국방부가 올해 발표한 공식 보고서에서도 우간다 정부는 북한과의 모든 군사적·경제적 교류를 단절했다고 했다.

그러나 WSJ은 지난달 자사 기자가 우간다 나카송골라 공군기지를 방문했을 당시 북한 남성 4명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그들이 북한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WSJ에 따르면, 지난 10월 우간다군 최고 사령관 6명에게 보내진 기밀문서는 ‘북한 전문가팀’에게 훈련을 받을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내용이었다.

아울러 우간다군 장교 2명은 WSJ에 지난 8월에도 북한 대전차시스템과 로켓 추진 수류탄, 소형 무기 납품을 확인하는 문서를 봤다고 말했다. 이 무기들은 우간다 특수부대를 위한 것으로, 케냐 항구를 통해 수송됐고 야간에 우간다 국경을 넘어 반입됐다.
 
2014년 10월 31일 우간다를 방문한 김영남(왼쪽)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NK뉴스

우간다와 북한의 교류는 다른 분야에서도 계속됐다. WSJ은 지난달 우간다 남부의 한 사립 병원에서 의사 수십명이 북한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환자를 돌보거나 방사선 기기를 조작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의사의 아내들은 세탁이나 청소를 했다. 우간다 세관 당국은 이 병원이 지난 10월 북한 의사 16명에 대한 추가 비자 발급을 요청했다고 했다. 실제로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고 밝힌 한 의사는 그가 정부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유엔의 조사를 받고 있는 우간다 내 북한 건설·광산 업체들은 회사 이름을 바꾸거나 국적을 ‘중국’, 또는 그냥 ‘외국’으로 표기해 영업을 계속해왔다.

대북제재가 강화된 이후에도 양국의 교류는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 미 정보 당국이 우간다를 빠져나가는 북한 외교 행낭에 금괴, 현금 등이 들어있다고 제보한 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북한 외교 행낭이 압수됐다. 이 행낭은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관계자의 부인이 운반 중이었다. 압수된 금괴는 우간다 중앙은행에 보관됐다. 그러나 행낭은 다음날 우간다 경찰청으로 옮겨진 뒤 사라졌다고 WSJ은 전했다.

당시 미 당국은 무세베니 대통령에게 이 행낭의 행방에 따라 우간다가 유엔 제재를 위반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무세베니 대통령은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서방 정보기관들은 북한 관리들이 우간다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고 행낭을 빼냈다고 추정했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2017년 9월 19일 열린 유엔(UN)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UN

최근 유엔은 보고서를 통해 우간다 국방부의 고위급 관료가 KOMID와 관계를 맺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국방부 관료 중 한 명을 교체하겠다고 했지만, 그 관료는 아직까지 교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북한이 지난 7월 우간다에 군용 장비 조립과 중장비 운용, 유지·보수 등에 관한 새로운 교육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특수부대 요원들에게만 제공됐던 근접전투와 시가지 전투 교육과정을 다른 장교들에게도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요원들에게 제공되는 보수는 우간다의 기밀 국방 예산에서 현금으로 지급된다. 우간다 의회의 한 야당 의원은 "무세베니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불투명한 기밀 국방 예산을 감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W SJ은 1986년부터 우간다를 통치해온 무세베니 대통령이 지난 수십년 간 북한 김씨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7년 직접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다. 무세베니 대통령의 아들과 우간다 고위 관료들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공부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2013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김일성에게 배웠다며 한국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0/20181210021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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