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무역의 날' 축사에서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열자며 "제조업이 다시 활력을 찾아야 한다"며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 번 발휘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 비전도 비중 있게 언급했지만 약 14분간의 축사 대부분을 수출 확대와 산업 경쟁력 이슈에 할애했다. 개방과 통상, 제조업 강국, 시장 개척, 수출 역량 같은 용어를 써가며 "정부도 무역인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모두 기업인들이 정말 듣고 싶어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말이 어색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실제 행동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정부는 수출 대기업을 잠재적 범죄 집단인 양 적대시해왔다. 정부 출범 직후 국정기획위원장이 "재벌은 가장 큰 기득권"이라고 선언한 이후 검·경과 공정위·금감원 등의 사정기관들이 총동원돼 대기업들을 전방위로 몰아치고 있다.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삼성그룹은 무려 10건의 수사·조사를 받았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공장 내부 정보까지 공개될 뻔했다.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대주주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법안들이 쏟아졌다. 노동 개혁은 거꾸로 가고 주 52시간제 강행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까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만 골라서 이어지고 있다. 민노총이 전국에서 자유롭게 폭력을 휘둘러도, 기업 임원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을 당해도 공권력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기업의 활로가 달린 규제 혁신은 말 몇 마디 하고 끝났다. 기업 기(氣)를 살려달라는 요구에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개탄스럽다"는 말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반감을 표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제조업 활력"을 강조하고 "기업가 정신"을 주문하니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날 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올해 수출이 6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놀라운 성과"라고 했다. 올해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우리 경제가 이런 성과를 거두는 데 현 정부가 무슨 역할과 어떤 기여를 했는지 기억나는 것이 없다. 기여는커녕 문 대통령은 경제와 기업, 수출에 대해 작은 관심이라도 있었나. 북한에 들인 공에 비하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말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 관계자들 머릿속에 수출 입국, 산업 경쟁력, 기업 활력에 대한 절실함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9/20181209015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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