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춘히 아나운서./조선일보DB

김일성·김정일 사망, 핵실험 등 북한의 대형 뉴스를 전달해온 조선중앙TV의 리춘히 아나운서가 은퇴한다. 리춘히의 은퇴에 대해선 경제 발전과 함께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BC,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리춘히가 곧 은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춘히는 1971년부터 50년 가까이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북한의 소식을 전해왔다.

리춘히의 별명은 ‘핑크 레이디’다. 방송 출연 때 분홍색 한복을 주로 입기 때문이다. 거센 억양과 강렬한 어조는 리춘히의 트레이드 마크다. 김일성·김정일 사망 시에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며 북한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2010년대 들어 방송 출연이 급격히 줄면서 은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김정일 사망 보도와 핵실험 성공 보도로 건재를 알리기도 했다. 김일성부터 김정은까지 3대에 걸쳐 ‘김씨 가문의 입’으로 활동한 그는 북한의 최고 영예인 ‘노력 영웅’ 칭호를 받았다. 김일성상도 수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방송에서 실수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곧 은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리춘히는 지난 5월 9일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중 정상회담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발음을 뭉개거나 같은 문장을 두 번 읽는 실수를 했다. 당시 그는 평소와 달리 안경을 쓰고 나와 대본을 읽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리춘히의 빈자리는 젊은 아나운서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나 2차 미북정상회담 소식도 새 아나운서가 보도할 가능성이 크다.

ABC 방송은 "일반 시민들과 인터뷰를 많이 하는 등 북한 방송 프로그램의 변화가 감지된다"면서 "북한 시청자들이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포함한 외부 세계의 정보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되고,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4/20181204018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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