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전용기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제 제재 틀 속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북 제재와 무관하다'고 해왔던 남북 철도 연결 착공에 대해서도 "국제 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 후 청와대는 "두 정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기존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 유럽에선 대북 제재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하고 다녔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영국에 이런 요청을 했으니 안보리에서 미국을 포위하려는 듯한 모양새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보름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제재 완화'를 논의했다고 한다. '북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전제는 사라지고 '제재 완화' 필요성만 역설해왔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제재 유지'로 말을 바꾼 배경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북핵 폐기를 위해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제사회는 문 대통령 입장과는 상관없이 북한 비핵화 때까지 제재 유지라는 강력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 사실을 절감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2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말하면서도 제재 고삐를 더 강하게 틀어쥐고 있다. 올 들어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는 9차례로 작년의 8차례를 넘어섰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미국은 한국의 주요 은행과 대기업을 직접 접촉해 대북 제재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게 할 실질적 수단은 제재 외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북이 제재 완화를 신경질적으로 요구할 만큼 대북 제재는 실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대북 제재 완화는 핵탄두·물질 신고, 검증, 폐기 등 비핵화가 결정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들어갔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데 북은 실질적 비핵화의 첫 단계인 핵 신고마저 '강도적 요구'라며 거부 하고 있다. 제재 완화가 아니라 강화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북핵 최대 피해자인 한국이 '제재를 완화하자'고 주장해 국제사회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대북 제재를 허무는 요주의 국가로 취급받기도 했다. 한·미 정상 합의대로 대북 제재를 흔들고 완화하려는 시도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김정은도 문 대통령을 이용해 제재에 구멍을 내보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3/201812030317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