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재 기자

"도대체 저곳은 어딘데 안 보이게 가려 놓은 겁니까?"

10여 년 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취재하러 옛 고구려 수도인 지안(集安)에 갔다. 박물관에 지안 전체를 촬영한 항공사진이 있었는데, 지안 시내에서 강 건너에 있는 땅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 놓았다. 직원이 설명했다. "저긴 벌등도란 섬인데, 북한 땅이라 가린 겁니다."

중국과 북한 사이, 압록강과 두만강 가운데 떠 있는 섬들이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는 오랜 세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동북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은 현지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께서 '두 강의 섬들은 다 조선(북한) 땅'이라고 말씀하셨답니다."
 
2011년 6월 위화도·황금평 경제특구의 착공식 모습. 북·중이 합작 개발하려 했으나 중단된 상태다.
2011년 6월 위화도·황금평 경제특구의 착공식 모습. 북·중이 합작 개발하려 했으나 중단된 상태다. /연합뉴스

이를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돌았다. 우선 '백두산의 상당 부분을 빼앗은 중국이 위로 차원에서 섬을 줬다'는 얘기. 그러나 1962년 조·중 국경조약으로 정한 백두산 경계에 대해선 양측 모두 불만을 지니고 있었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하나는 국경조약 당시 김일성이 저우언라이에게 "섬 다 줄 테니 옛 고구려 땅인 지안 하나만 우리에게 넘기라"고 요구하자 화들짝 놀란 저우언라이가 섬들을 몽땅 양보했다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가랑잎 타고 압록강을 건너갔다'는 식의 김일성 전설 중 하나로 보인다.

학계의 집계 결과, 북·중 국경의 451개 섬 중에서 북한령은 264개, 중국령은 187개였다. 중간 섬들이 모두 북한 땅도 아니고, 중국이 양보한 것도 아니었다. 국경조약 2조 1항에서 '조약 체결 전에 이미 한쪽의 공민이 살고 있거나 농사를 짓고 있는 섬은 그 나라 영토'라며 못을 박아 버린 결과다.

1388년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잘 알려진 압록강의 섬 위화도 역시 이 조항에 의해 북한 땅으로 인정됐다 . 반면 인근 웨량다오(月亮島)의 경우 중국 영토다. 최근 북한이 중국 기술자를 동원해 위화도에서 비밀리에 원유를 탐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근처 섬 황금평과 묶어 경제특구로 개발하려다 장성택 처형 이후 중단됐던 곳인데, 한때 중국에 100년 동안 장기 임대해 준다는 설도 있었다. 이 국경 지역에 또다시 중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3/20181203001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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