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지난 26일(현지 시각) 대북 제재를 위반한 싱가포르 기업 1곳과 중국 기업 2곳의 자금 몰수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가운데, 중국 2위의 통신장비 업체 중싱(ZTE)도 북한과 해외 기업들의 제재 회피에 핵심적 역할을 한 위장회사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9일 보도했다.

VOA는 최근 대북 제재를 위반한 기업 3곳을 수사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를 인용,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창의적인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며 "실제로 북한을 비롯한 대북제재 위반에 연루된 회사들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위장회사’를 이용한 방식"이라고 전했다.

위장회사는 제재 대상인 북한 은행들이 직접 만들지만, 해외 기업들도 북한과의 거래를 숨길 목적으로 위장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 법무부가 자금 몰수 소송을 제기한 단둥 즈청금속회사(단둥 즈청)와 회사 소유주 치유펑은 위장회사를 세우고 북한과 제재 품목을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 즈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 거래했는데, FBI와 미 상무부는 ZTE가 북한 국영통신회사인 조선체신회사와 중요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국 선전에 있는 통신장비업체 중싱(ZTE) 본사. /오광진 특파원

미 법무부는 당시 ZTE가 단둥 즈청과 거래를 위해 최소 4개의 위장회사를 동원했고, 치유펑이 ZTE의 위장회사에 1590만달러(약 177억원)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VOA는 북한산 석탄을 불법으로 수입한 단둥 즈청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돈을 ZTE의 위장회사에 대신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분산시켰다고 추정했다.

2016년 북한과 5억달러(약 5590억원) 규모의 무역 거래를 한 혐의로 미 법무부에 피소됐던 단둥 훙샹도 위장회사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이 회사가 홍콩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설립한 최소 22개 위장회사를 이용해 대북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광성은행과 불법으로 달러를 거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앞서 법무부가 자금 몰수 소송을 제기한 중국과 싱가포르 소재 3개 회사도 20개 이상의 위장회사를 동원해 제재를 회피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 법무부는 북한 외교관들이 제재 회피를 위해 불법 거래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4일 터키 국적자들과 터키 회사, 몽골 주재 북한 대사관 소속 리성은 경제·상무참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당시 리 참사는 터키인 등과 무기, 사치품을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위장회사가 대북 제재 회피에 악용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2016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국제 금융망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얻고, 이를 악용하고 있다. 은행 업무와 현금 거래, 무역 등 불법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대리인과 외국인은 물론 위장회사 등이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VOA는 위장회사를 이용한 제재 회피 방식이 결국 북한의 조달 비용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중국과 싱가포르 소재 3개의 회사에 대한 자금 몰수 소송을 명시한 소장 에는 북한의 위장회사가 허가 받지 않은 송금책과 거래하면서 ‘수수료’를 지불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이 최초 이체한 금액은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액수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이 제재를 회피할 방법을 찾더라도 이는 물자 조달 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30/20181130007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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