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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파키스탄 닮아가는 北, '핀란드 신세' 된 南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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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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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사실상 핵 국가' 노리는데 한국은 소련 옆 핀란드로 전락
北核 협상 표류할 공산 높은데 현실 대비 없이 非核化 꿈만 꾸나
 

강인선 워싱턴 지국장
강인선 워싱턴 지국장

올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파생됐던 미·북 대화의 동력은 이제 거의 다 소진됐다. 새로운 대화 동력을 찾아내 비핵화를 위해 한 발 내딛지 못하면 그 사이 북한은 '사실상 핵국가'인 파키스탄 모델에 한 발짝 더 다가설 것이다. 그것은 한국이 핵국가 옆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핀란드화(化)'의 길에 들어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냉전시대 소련과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소련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핵개발도, 나토(NATO) 가입도 못하고 현상 유지와 중립으로 핵 강국 소련의 그늘 밑에서 생존했다. 지난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헬싱키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만나 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최악의 정상회담을 했을 때 워싱턴에선 '미국의 핀란드화'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요즘 미국의 움직임은 북핵 협상 장기화에 대비한 진지 구축 작업처럼 보인다. 우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지휘하에 북핵 협상팀이 자리를 잡았다. 이어 국제적인 대북 제재의 틀과 압력을 유지·보수하는 작업을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대오 이탈을 견제하면서 한국과는 워킹그룹을 만들었다. 남북 경협이 대북 제재의 뒷문을 열어 압박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이산가족 상봉 시설 보수, 군 통신선 연결,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등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제재 면제를 하나씩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매번 떨떠름한 상태로 동의해주다가 결국 한 바구니에 담아 관리하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워킹그룹이 "한·미가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한국이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한·미 워킹그룹의 첫 성과인 남북 철도 연결 공동조사 제재 면제는 한국엔 환호가 터져 나오는 성공이었지만, 미국 입장에선 워킹그룹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한국에 선사한 '인센티브'이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예정대로라면 내년 봄 실시될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을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재정비"하기로 했다. 최근 워싱턴에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가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도발을 불러올 것이므로 또 한 번 위기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트럼프 행정부는 훈련 규모 축소 카드를 먼저 꺼내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거나 도발할 핑계를 사전에 줄였다.

워싱턴은 한때 격분했던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서도 차분해졌다. 한국이 스스로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 무장해제를 한다면 미국으로선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 등의 도발로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한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미·북이 지금까지 끌고 온 대화 국면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미국은 내년 말이면 2020년 대선 준비에 들어간다. 1년 내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북핵 협상은 다시 표류할 수도 있다.

올해 7월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 때 한 방송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만든 헬싱키의 지하 터널과 벙커를 보여줬다. 전쟁이 나면 64만명이 장기간 버틸 수 있는 규 모라고 했다. 그 거대한 규모는 안보 위협엔 어떤 환상도 없어야 한다는 걸 웅변하는 듯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사실상 핵국가인 파키스탄처럼 됐을 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현실적인 대안은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런 대비가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말도 못 꺼내는지 모른다. 그건 한국의 '핀란드화'가 이미 진행 중이란 뜻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9/20181129039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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