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핵화 회담 재개 기대
한국은 연내 연결 착공식 검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3일(현지 시각)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 조사에 대해 대북 제재 면제 조치를 승인했다. 유엔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등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남북 경협 사업에 대해 제재 면제를 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실제 철도 공사를 위한 제재 해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 조사에 대해서는 제재 면제를 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위는 안보리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되며 전원이 동의해야 제재 면제가 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한·미 '워킹그룹' 회의 직후,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어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동 조사를 시행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철도 공동 조사를 계기로, 연내에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까지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중임에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지난 8일 연기 통보를 했던 미·북 고위급 회담에 다시 응할지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도 동맹국인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철도 조사 사업에 계속 반대하기는 힘들었다"며 "철도 사전 조사는 허용하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대북 제재 면제 승인을 계기로 남북 철도·도로 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달 내로 철도 공동 조사를 시작하면 연내 착공식까지 마칠 수 있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하지만 공동 조사와 착공식이 이뤄지더라도, 본격적인 철도 현대화 공사는 북한 비핵화가 진전돼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 추진
 
남북 철도 공동조사 대상

정부는 이번 주부터 북측과 철도 공동 조사 일정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한다. 북측과 일정이 조율되면 유엔군사령부에도 군사분계선(MDL) 통과 허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대북 제재가 면제된 만큼, 유엔사 허가를 받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주 중·후반이면 공동 조사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동 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 일부 물품은 안보리 결정에 따라 북한으로 반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부품이 10% 이상 포함된 기기'는 미국 독자 제재로 대북 반입이 금지돼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한·미 당국이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공동 조사는 경의선(개성~신의주 412㎞), 동해선(고성~두만강 781㎞) 순으로 진행된다. 북측 기관차와 우리 측 객차 5~6량을 합쳐 총 9~10량의 열차가 동원된다. 정부는 가급적 속도를 내 2~3주 안에 공동 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남북 정상이 지난 평양 정상회담 때 합의했던 '연말 착공식'도 가능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상징성이 강한 착공식의 경우 일단은 제재 면제 승인을 따로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공동 조사를 하지 못한 동해선 도로는 북측과 이견으로 조사 및 착공식이 늦어질 수도 있다. 북측은 기존 동해선 사정이 열악한 만큼 아예 새로 도로를 깔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靑 "2022년 경의선 타고 中 가자"

청와대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면제 승인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엔의 제재 면제는) 남북의 합의와 인내, 그리고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룬 소중한 결실"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연결하게 될 철도와 도로는 남북을 잇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둥에서 갈아타고 베이징으로 동계올림픽 응원을 하러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남북철도 연결 공동 조사가 유엔 제재 면제를 받았다. 이 사업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받았다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어 "남과 북의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기차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북한 철도의 전 구간을 누비게 된다는 점에서 남북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며 "오래 기다려온 일인 만큼 앞으로 조국 산천의 혈맥이 빠르게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철도 조사는 제재 대상 아니라더니

이번 유엔 안보리의 결정을 두고 "결국 남북 경협은 진행 단계마다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입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엔사는 지난 8월 말 경의선 공동 조사를 위해 MDL을 지나려던 우리 정부 계획을 불허했다. 통일부는 당시 "철도 공동 조사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공동 조사와 대북 제재 간의 충돌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결국 유엔 안보리에 뒤늦게 제재 면제를 신청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처음부터 미국·유 엔과 협의했다면 당초 계획보다 3개월이나 공동 조사가 늦어질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철도 착공식이나 사전 조사의 경우 제재 위반과 큰 관련은 없기 때문에, 사전 협조만 충분히 하면 될 일이었다"며 "다만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함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미국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6/20181126002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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