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후 최대 무력 공격' 받고도 국회는 정시에 퇴근하고 불 꺼
연평도 포격날 밤, 安保엔 여야가 구분 없이 無心했다
 

조의준 워싱턴특파원
조의준 워싱턴특파원

2010년 11월 23일, 이날은 연평도 포격일이다. 다음 날 본지는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 연평도 민간인에 무차별 포격…6·25 이후 최대 무력공격'이란 1면 제목을 달았다. 포격 당일 국회는 격앙 그 자체였다. 청와대의 첫 반응이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나오자, 당시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초선의원은 "이게 청와대가 할 말이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과 대화를 주장하던 민주당도 패닉에 빠졌다.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는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했다. 조용하던 국회 본관은 의원들로 분주했고, 삼삼오오 모인 의원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당시 국회를 출입한 지 2년 정도 됐던 기자도 충격을 받았다. 만나는 의원들마다 "상황이 어떻게 굴러갈 것 같으냐" "청와대의 추가적인 반응은 들어봤나" "국방부의 추가 보고는 있나"라고 물었다. 모두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었고, 전쟁은 눈앞에 닥친 듯했다. 이 흥분이 밤새 갈 것 같았다.

충격적인 사건에 기자는 집으로도 회사로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취재원을 만난 뒤, 밤 10시 기자는 다시 국회 본관으로 들어갔다. 북한 도발에 대한 분노와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의 운명 앞에 여야 의원들이 어떻게 토론하고 대비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기자를 기다린 것은 사진이 보여주는 '암흑'이었다. 평소에도 늦은 밤 국회를 찾은 적은 많았다. 그러나 이날은 일부러 진실을 외면하려는 듯 더 깜깜했고, 사람이 없었다.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밤에 군사작전 하듯 움직이던 여야 의원들이, 정작 북한의 군사작전 앞엔 모래성 무너지듯 무너져 흔적조차 없었다.
 
[특파원 리포트] 8년 전 공포에 질린 밤, 국회 불은 꺼져 있었다

왈칵 눈물이 났다. 기자는 밤 10시 25분쯤 여당인 한나라당의 사무실이 자리 잡은 국회 본관 쪽 복도와 제1야당인 민주당 사무실이 자리 잡은 복도 쪽을 핸드폰으로 사진 찍었다. 한나라당 쪽은 너무 컴컴해 앞이 안 보일 정도였고, 민주당 쪽은 직원 몇 명이 사무실에 남아 복사 등 잔무를 하고 있었다〈사진〉. 일부러 국회 본관을 한 바퀴 다 돌아보았지만 암흑만 가득했다. '6·25 이후 최대 무력 공격'을 받고도 국회는 정시에 퇴근하고, 정시에 불을 끄고,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의원회관도 불이 켜져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공포에 질릴 때, 국회는 평온했다.

언젠가 대한민국의 안보가 뿌리째 흔들리는 날이 오면, 연평도 포격의 밤 국회에서 이미 대한민국의 운명은 결정 났다고 증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야의 분노는 한나절을 가지 않았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조국의 미래 앞에 어느 정당도 비상대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8 년이 흘렀다. 2018년 기자는 8년 만에 이 사진을 다시 꺼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곳곳에 허물어지는 GP와 철책선을 보면서 그날 밤을 떠올렸다. 안보의 보루가 무너질 때 여당은 '평화'를 노래했고, 야당은 비난만 할 뿐 이를 막을 결기가 없다. 연평도 포격의 날,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안보엔 여야가 없다"고 했다. 맞다. 안보엔 여야가 없이 무심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3/20181123038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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