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이어 동해선 강릉~제진도 '예타' 안할 듯
野 "국민 세금 들어가는 사업, 사업 타당성 검토 반드시 필요"
 

통일부가 남북 경의선 도로 연결 사업에 대해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추진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정부가 앞으로 추진될 남북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들에 줄줄이 같은 방식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조~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남북 경협 사업에 대한 최소한의 사업성 검토마저 생략하는 것은 문제란 지적이다.

통일부는 지난 21일 "(경의선) 문산~개성 고속도로 중 남측 구간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11.8㎞) 건설사업을 남북 교류협력과 관계된 사업으로 인정하고 추진 방안을 확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타를 면제하고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란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신규 사업은 예타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남북 교류협력에 관계되거나 국가 간 협약·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 필요한 절차를 거쳐 이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남북 전술도로 연결 중 군사분계선서 만나다 -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 고지 일대의 남북 전술도로 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 장교들이 이달 중순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국방부가 22일 공개했다. 북한군 장교(왼쪽) 뒤로 병사들이 소총을 어깨에 멘 채로 경계를 서고 있다.
남북 전술도로 연결 중 군사분계선서 만나다 -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 고지 일대의 남북 전술도로 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 장교들이 이달 중순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국방부가 22일 공개했다. 북한군 장교(왼쪽) 뒤로 병사들이 소총을 어깨에 멘 채로 경계를 서고 있다. /국방부

통일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특정 SOC 사업을 '남북 교류협력 관계 사업'으로 공식 인정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길게는 2~3년이 걸리는 예타 단계를 건너뛰고 남북 경협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야당 관계자는 "수십조가 드는 다른 SOC 사업들도 줄줄이 같은 길을 밟게 될 수 있다"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드는 만큼 사업성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부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외에도 동해선 철도 남측 구간인 강릉∼제진(104.6㎞) 연결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의 경우 5179억원, 동해선 철도 남측 구간은 2조349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타 면제 결정은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가 내린다. 국토부는 2015년에도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추진했지만 기재부 반대에 막혀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22일 "통일부와 논의를 거쳐 기재부에 '예타 면제 요구서'를 제출했다"며 "아직 기재부의 판단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2015년 당시 기재부는 '경색된 남북 관계'를 이유로 예타 면제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3년 전과 정반대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의 대북 반출에 대해 유엔 안보리에 제재 면제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는 이르면 다음 주 초 제재 예외를 인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철도 연결을 위한 조사 사업에 대해 아주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가까운 시일 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동조사는 본사업 진행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철도·도로 사업 시행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남북은 지난 12일 도로, 16일 항공 실무회담에 이어 23일엔 통신 관련 회담을 연다. 동(銅)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는 남북 직통 회선을 광(光)케이블로 교체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들 회담은 모두 북한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공 실무회담과 관련,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남북 간 국제항공로 신설이 우리 국적항공사를 포함한 모든 항공사 및 승객에게 실질적 편의를 가져오고, 한반도 하늘길의 평화적 이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긍정 평가하고 적극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으로선 남북 관계 진전을 기회로 삼아 최대한 많은 요구를 하려는 것"이라며 "'대북 제재'와 '사업 타당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3/20181123002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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