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美제재 이란·미얀마와 거래 은폐, 벌금 6300억원 내
日, NYT보도에 충격… 은행측, 日정부와 입장발표 조율하는 듯
 

'미쓰비시(三菱) UFJ 파이낸셜그룹(MUFG)'이 대북 제재 위반 관련 혐의로 미 금융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는 일본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MUFG는 일본에서 인기를 모은 은행 관련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모델로, 일본에서 가장 크고 대중적인 은행이다.

이번 NYT 보도의 핵심은 MUFG가 대북 제재 명단에 포함된 기업 및 사람들과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을 '고의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신문은 MUFG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큰데도 왜 관련 시스템을 무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미국이 겨냥하는 대북 제재의 핵심은 북한과 중국 간의 불법 거래에 맞춰져 있다. 그동안 북·중 간의 불법 거래는 90% 이상이 중국 랴오닝성의 선양, 단둥 인근에서 이뤄져왔다. NYT에 따르면 미 검찰은 바로 이 지역에서 이뤄진 거래에 대해 MUFG가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북·중 접경 지대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사업가들과 거래하면서도 신원 확인에 필요한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미쓰비시(三菱) UFJ 파이낸셜그룹(MUFG)’의 자회사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 도쿄 본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미 뉴욕타임스는 21일 MUFG가 북한의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미쓰비시(三菱) UFJ 파이낸셜그룹(MUFG)’의 자회사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 도쿄 본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미 뉴욕타임스는 21일 MUFG가 북한의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일각에서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제재는 더욱 강해졌는데, MUFG가 매뉴얼과는 달리 관행적으로 해 온 것이 문제가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MUFG는 이전에도 미국의 금융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MUFG는 2013~ 2014년에 미 정부의 제재 대상 국가인 이란, 미얀마 등과의 금융 거래 기록을 삭제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것이 적발됐다. MUFG는 이로 인해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억5000만달러와 3억1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MUFG는 그 후 이런 사실을 영국 금융 당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국에서도 벌금이 부과됐다. 당시 영국은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MUFG에 대해 행정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금융 제재는 전 세계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MUFG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번 사태가 알려진 후, MUFG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의 특성상 일본 정부와 내부적으로 조율되지 않아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이 2005년 북한과 거래해 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자 BDA의 신뢰도가 급락, 사실상 파산 상태가 됐다.

미 재무부는 우리 정부가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면서 대북 사업에 일반 은행을 동원할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9월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콘퍼런스 콜(전화 회의)'을 소집해 견제구를 날렸다.

이번 사건은 그 실체가 드러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NYT도 "MUFG를 통해 북한이 돈세탁을 했다는 증거가 확보됐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미 연방 감독 당국도 MUFG가 경보 시스템을 고치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NYT는 같은 기사에서 미국의 자금세탁방지법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했다. 이 신문은 자금세탁방지법이 너무 어려워서 은행들이 연방 의원들과 감독 당국들을 납득시키려고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신(新)미국안보센터(CNAS)의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선임연구원은 "대규모의 은행들이 북한 제재와 관련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조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충격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북한과 비밀 접촉을 하는 데 대한 견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MUFG은행

‘미쓰비시(三菱) UFJ 파이낸셜그룹(MUFG)’은 종업원이 10만명, 자산 총액은 286조엔에 이 르는 종합 금융 그룹이다. 1990년대부터 수차례 합병을 거쳐 일본을 대표하는 은행이 됐다. 1997년 미쓰비시은행과 외국환 전문 도쿄은행이 합쳐져 도쿄미쓰비시은행이 만들어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산와은행과 도카이은행이 합병해 UFJ은행이 됐다. 이후 2006년 도쿄미쓰비시은행과 UFJ은행이 합병했다. MUFG는 자산 규모 면에서 세계 5위로 평가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3/20181123002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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