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1년, 본지 인터뷰
 

지난해 11월 현역병 신분으로 귀순한 오청성씨가 21일 오후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역병 신분으로 귀순한 오청성씨가 21일 오후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태경 기자

"한국에서 내 힘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처음에 노가다(막노동)를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 오청성(26)씨는 2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돈 버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체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월 하나원을 나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오씨는 "노가다는 디스크가 안 좋아 얼마 하지 못했다"며 "현재 사회적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차량을 2대나 구입해서 팔았다'고 보도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씨는 "하나원을 나올 때 정부로부터 받은 것은 탈북민이 받는 정착금 400만원과 임대주택이 전부였다. 가구, 냉장고 등을 구입하니 남는 돈이 얼마 안 됐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조선일보를 찾은 오씨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한 20대 청년처럼 보였다. 177~178㎝ 정도의 키에 마른 체형인 그는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었다. 머리는 갈색으로 염색했다. 휴전선 인근 개성직할시가 고향인 그는 말투에서도 북한 억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씨는 인터뷰에서 지난 17일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가 잘못됐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그가 한국군에 대해 '군대 같은 군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오씨는 "제가 몸에 한국 사람의 피를 받은 사람인데 그렇게 말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통역의 실수로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군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쓰러진) 저를 포복으로 구원한 그 영상을 다 본 사람"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씨는 "저는 한국군 생활에 대해 잘 모른다"며 "다만 북한군은 10년 복무하고 한국군은 2년 복무하는데, 한국군이 더 헐하게(쉽게) 하지 않겠나라고 했는데 통역 오차로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산케이 측에서 사과하는 문자도 왔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 간 이유에 대해 남한의 지인이 일본의 지인을 소개해 준다고 해서 만나러 간 것이지 인터뷰가 목적이 아니었다고 했다. 또 이전에도 일본 히로시마에 관광 겸 다녀온 적이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신이 넘어온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뭐 정치적으론 크게 관심이 없다. 아버지가 군 고위급 간부다 보니 가끔 집에 갔는데, 그때마다 '당에서 하라는 대로 하라'고 강조했다. 솔직히 부모님들도 위에 계시고 하니까 저는 통일을 바란다. 서로가 잘됐으면 좋겠다."

―이국종 교수가 수술해서 목숨을 건졌는데, 연락을 주고받나.

"이 교수님이 워낙 유명하고 바쁘시니까 자주는 안 하고 가끔 연락한다. 이 교수님한테는 고마운 것밖에 없다."

―주량이 세다고 들었다.

"지금은 전혀 안 마신다. 몸이 안 좋아져서 끊었다. 북한에선 친구 만날 때 많이 먹었다. 많이 마실 땐 25도짜리 북한 소주 5병에서 7병쯤 마셨다."

―탈북하던 날 술을 얼마나 마셨나.

"솔직히 총 맞고 기억이 지워졌다. 정확히 얼마나 먹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산케이는 내가 친구와 '트러블'이 생긴 뒤 술을 먹고 검문소를 돌파했다고 썼는데 순서가 틀렸다. 그날 다른 부대서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 기뻐서 술을 먹었고, 먹다가 트러블이 생겨서 한국에 왔다. 내려올 때는 술이 거의 깬 상태였다. 나올 때 친구 차를 몰고 왔다."

―한국에 올 생각을 하고 운전대를 잡았나, 아니면 우발적인가.

"그 부분은 답하기 어렵다."

―살인을 하고 넘어왔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 것 없다. 국정원에서 조사받았고 이미 해명됐다. 내가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하나원 나온 지 5개월 돼 간다. 북에서 알던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군 생활 때는 박근혜 정부였고 서로가 안 좋아서 한국군에 대해 나쁘다는 쪽으로 강연을 많이 들었다."

―남한에 와서 좋은 점은 뭔가.

"자유가 있어서 좋다. 가고 싶은 데 가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 좋다. 북에서는 갖고 싶어도 못 갖는 게 많았다. 나보고 현빈 닮았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하나도 안 닮았더라."

―북한에선 법관이 꿈이었다고 했는데.

"남한에선 아직 목표를 못 정했다. 선택이 어려워 고민 중이다.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세금도 많이 내고 아픈 사람들 위해 봉사도 하려고 생각 중이다."

―정부와 시민단체 강연을 나간다는데 얼마나 버나.

"강연을 한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

―산케이신문 인터뷰 대가로도 거액을 받았다던데.

"비행기값, 호텔값 이런 거 빼곤 나머지가 없다. 받은 건 100만원이다."

―차를 2대나 사고팔았다는 보도도 있다.

"왜 그런 기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하나원 나오면 신용 등급이 6등급이고, 돈도 없는데 어떻게 차 2대를 사고파나."

―총상은 어떤가.

"많이 괜찮아졌지만 흐린 날에는 쑤시고 한다. 특히 디스크 쪽이 안 좋아 오래 서 있거나 무거운 걸 들기 힘들다."

 

https://youtu.be/4RNPvyQbW98 (영상)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2/20181122002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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