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미·러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하면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19일(현지 시각) 밝혔다. INF는 미국과 옛 소련이 1987년 12월 체결한 중·단거리 미사일 감축 조약으로, 냉전 종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러시아가 수차례 조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INF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양국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방부 고위 관리들과의 회의에서 "INF에서 탈퇴하겠다는 미국의 결정에 대해 당연히 우리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정부와 INF 조약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러시아가 여러 해 동안 조약을 위반했다며 조약 파기를 시사했다. 앞서 5월 폴 셀바 미 합참 차장은 의회에서 러시아가 유럽 전역을 위협할 수 있는 새 순항미사일을 배치해 INF 정신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INF 파기 계획을 공식화하자, 러시아 정부는 즉각 "미국이 핵무기 비확산에 관한 협정 체계를 무너뜨리려 한다"며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지도자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DB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INF 탈퇴를 강행하면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핵 군비 경쟁이 가속화하고 ‘신냉전’ 시대가 열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핵 군비를 늘리면 미· 북 비핵화 협상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크 티센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25일 ‘INF 협정 파기의 진짜 이유는 북한’이라는 칼럼에서 "트럼프의 INF 파기는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로 북한을 포위해 경고 없이 북한 정권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0/20181120006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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