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14일 '북한의 핵 사기극(shell game)' 사설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사실상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했다. '셸 게임'은 어느 종지에 구슬이 숨어 있는지 관객 눈을 속이는 사기를 말한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시설, 동창리 미사일 시설 없앤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해 놓고 다른 숨겨 놓은 시설에서 핵 물질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행태가 그 사기극을 닮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싱가포르 미·북 합의를 획기적인 성과라고 주장하는 망상을 버리지 않으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도 사설에서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핵 물질 생산과 미사일 운용 기지, 강제수용소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며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처럼 사기와 위협, 지연, 강탈에 통달했다"고 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사기'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속고 있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줄이고 있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해야 하며 김정은과 2차 정상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유럽 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며 러시아의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다. 이번 주말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 때도 마찬가지로 예상된다. 미국에 반대하고 북한 편을 드는 나라들과 한국 대통령이 미국 정책을 흔드는 논의를 한다는 것이 앞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다. 북핵 폐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미 동맹에도 균열을 만들 수 있다. 펜스 미 부통령은 문 대통령을 만난 뒤 "우리는 수 십년간 북한의 약속만 믿고 제 재를 풀거나 지원을 해줬지만 그 약속은 번번이 깨졌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미국 내에서 북한이 비핵화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한국 정부는 북한 우방국들과 한편에 서서 제재 완화 외교에 올인하고 있다. 잘못하다간 한국이 북한의 가짜 비핵화를 변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5/20181115035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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