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들 '北제재 완전 이행' 성명 채택
펜스 만난 文대통령 "北 대화 이끈 건 강력한 韓美동맹의 힘"
 

문재인 대통령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4일 열린 한·ASEAN 정상회의에서 대북(對北) 제재(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방식의 북한 비핵화 문구가 포함된 의장 성명이 채택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 순방에 이어 이번에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언급했지만, 지난달 아시아·유럽의 51국 정상이 참여한 아셈(ASEM)에 이어 ASEAN 정상들도 '비핵화 때까지 제재의 완전한 이행'이라는 원칙을 유지한 것이다.

이번 한·ASEAN 정상회의 의장 성명은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6월 미·북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며 "ASEAN 정상들은 이런 진전을 이뤄낸 문 대통령의 노력을 인정하며 평가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고, FFVD 방식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물론 최근 미국이 내건 FFVD 방식의 비핵화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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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싱가포르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했다. 미국 측 요청으로 35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낸 것은 전적으로 강력한 한·미 동맹의 힘이었다"며 "앞으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양국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訪南)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이에 펜스 부통령은 "궁극적으로는 CVID를 이뤄야 하므로 계속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이날 면담은 예정(오전 10시 30분)보다 50분 늦은 오전 11시 20분(현지 시각)에 시작됐다. 펜스 부통령이 ASEAN 정상들과의 앞선 회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늦게 회담장에 도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교 결례' 논란도 일었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수행원과 대화하며 50분가량 펜스 부통령을 기다렸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펜스 부통령 일행을 기다리는 우리 측 배석자들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뒤이어 열린 ASEAN+3(한·중·일) 정상회의에 늦어, 기조연설을 강경화 장관이 대독했다.
 
펜스 기다리는 文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15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회담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펜스 부통령을 50분간 기다렸다.
펜스 기다리는 文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15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회담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펜스 부통령을 50분간 기다렸다. /연합뉴스

회담이 끝난 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회담에서 제재는 대화 소재가 아니었다"고 브리핑했지만 백악관은 "제재 이행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북한의 FFVD와 제재의 이행, 남북 협력, 그리고 한·미 간 긴밀한 소통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이 점을 지적하자 김 대변인은 "제재와 관련해 더 답변을 드릴 것이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내년 1월 1일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무용론'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 정부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기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수 십 년간 북한의 약속만 믿고 제재를 풀거나 경제적 지원을 해줬지만 이후 그 약속은 다시 깨졌다"고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이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핵실험장을 폐기했고, 미사일 시험장 폐기와 참관을 약속했다.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했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인 폐기를 언급한 것도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6/20181116003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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