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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 "戰作權 안 가진 나라 어디 있나"에 온 국민이 현혹됐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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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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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도 알고도 '전작권 환수'를 성과로 포장한다면
현 정권 핵심부는 위험한 집단이다… 모른다면 무능한 집단"
 

최보식 선임기자
최보식 선임기자

우리의 입장에서만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너무 괴이하다. 얼마 전 한·미 국방장관 간에 '전시작전권 환수' 협상도 그렇다.

언론 매체마다 뿌듯한 기분을 담아 "향후 한미연합사 형태의 지휘 구조에서 사령관은 한국군, 부사령관은 미군…"이라는 합의 대목을 보도했다. '미군은 타국 군인에게 지휘권을 내주지 않는다'는 원칙의 유일한 예외가 적용됐다면서. "그만큼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증거"라는 국방부 관계자 말도 덧붙였다.

외양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대로 모두 이뤄졌다. "작전통제권은 자주국방의 핵심이고 주권국가의 꽃. 우리나라는 작전권을 갖고 있지 않는 유일한 나라"라고 쭉 선전했으니, 이번 합의에 토를 달기 어렵다.

그래도 사실 관계와 내막(內幕)을 알 필요는 있다. 전작권 환수를 처음 꺼내 든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사전 조율 없는 발언에 미국 측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실무 협상에 들어가자 미국이 오히려 전작권 이양에 더 적극적이었다. 당시 협상에 참여한 한 예비역은 "미국 측이 2년 뒤인 2009년에 가져가라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미국이 선뜻 그렇게 내줄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가 "아직 준비 안 됐다. 시기를 늦춰달라"며 수세에 몰렸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2012년 4월 17일로 연기했다. 노무현 정부답게 날짜에 의미도 부여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6·25 전란 통에 작전지휘권을 유엔사령관에게 준 1950년 7월 14일을 거꾸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2015년'으로 다시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조건이 충족되면'으로 바꿔놓았다. 미국은 언제든지 전작권을 내주겠다는 입장이었고, 우리 측에서 뒤로 발을 빼는 식이었다. 현 정권에서도 우리 예비역 장성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전작권이 이양되면 우리 군의 지휘를 미군이 받을 수 있겠나? 솔직히 말해보게"라고 묻자 곧바로 답이 나왔다. "아무런 문제가 없네." 그 순간 예비역 장성은 '이렇게 쉽게 답하는 걸 보니 워싱턴에서 방향이 정해졌구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위해 전작권 이양을 더 원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군사 주권(主權)'을 되찾는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다는 뜻이다. "전작권을 안 가진 군대와 국가가 어디 있나" 이런 단순한 말에 온 국민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심지어 일부 보수 논객조차 "우리 군은 미국 뒤에 숨어 홀로서기 못한다" "책임감과 주인 의식을 잃게 했다" "보수가 전작권 환수에 앞장서라"며 동조한다.

국가 생존과 직결된 안보를 놓고 명분을 좇으며 공리공담 하는 조선조 주자학자들을 보는 것 같다. 전작권과 군사 주권의 사실 관계를 따져보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 군의 전략증강 계획, 작전 훈련, 복무규정, 병력 감축 등이 미국의 허락을 받고 이뤄졌는가. 무슨 주권을 제한받았는가. 전작권이 정말 '군사 주권' 문제라면 우리가 한미연합사령관, 미군이 부사령관이 되면 미국이 군사 주권을 잃게 되는 논리가 된다.

전작권이 없어 주인 의식이 없다는 주장도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유럽 국가의 집단 방위 기구인 NATO의 사령관은 미군이 맡는다. 서방 유럽도 전시 상황에서 우리처럼 전작권이 없다. 이 나라들을 주인 의식이 없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전작권은 전시 상황에서 연합 작전을 할 때 누가 지휘권을 행사하느냐의 문제다. 전력(戰力)이 강한 나라에서 지휘관이 되면 전쟁을 이끄는 데 유리하다. 한반도 전쟁 상황에서 미군의 최첨단 군사 기술과 무기 체제가 들어올 경우 한국군으로서는 이를 지휘할 능력이 없다.

지금까지 전작권이 미군에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 권한을 따져보면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행사하게끔 되어 있다. 전작권이 발동될 상황인지는 양국 합참의장이 함께 심의한다. 그 뒤 양국 대통령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전쟁이 나면 한·미 연합 전력으로 싸우는 것이다. 미군이 연합사령관을 맡으면 전쟁 승패에 더 많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미군 전력을 지원받는 데도 절대 유리하다.

미국이 전작권 이양에 적극적인 것은 목숨 걸고 싸워야 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시에 전력을 빼거나 주한 미군 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게 미국의 국익에 맞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의도를 읽고도 '전작권 환수'를 성과(成果)로 포장한다면 현 정권의 핵심부는 위험한 집단이다. 모르면서 밀어붙인다면 무능한 집단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 카드를 꺼내고 일 년 뒤 평양 정상회담을 했다. 현 정권도 전작권 환수를 서둘러 북한에 미리 성의를 표시하려는 것이라면 우리나라가 정말 위험에 빠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5/20181115035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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