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개발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며 "우리는 (보고서에 거론된) 기지를 전부 알고 있으며, 새로울 것도 없고 비정상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또 다른 가짜 뉴스일 뿐"이라며 "만약 일이 잘못되면 내가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삭간몰 보고서에 대해 ‘콧방귀(pooh-pooh)’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그는 "일본 상공으로 탄도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웠을지를 생각해 보라. 핵무기는 시험 되고 있었고 북한에는 3명의 미국인 억류자가 있었다"며 "우리는 그것을 진전으로 보고 있는데, 많은 사람은 콧방귀를 뀌려 한다"고 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우리는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두 눈을 부릅뜬 채로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은 북한 전문사이트인 38노스에 ‘북한 미사일에 관한 뉴욕타임스의 사실 오도 기사’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시걸 국장은 "건전한 보도 대신 극단적인 과장법을 사용한 것이 아마도 이 기사를 1면에 올릴 수 있도록 편집자들을 설득했겠지만, 독자들에게는 해가 된다"며 "미국과 북한은 아직 북한의 미사일 배치를 억제할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실을 과장하고, 평양의 배신을 미리 비난하고, 본격적인 핵외교 노력에 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말고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제거와 억제에 관한 협상에서 할 일은 아주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에도 ‘삭간몰 파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빅터차 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리트위트하며 "이 기지(삭간몰)는 운용 중이며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며 "당신(트럼프 대통령)이 기지들을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기지들이 북한 (비핵화) 선언의 일부가 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조지프 버뮤데즈 CSIS 연구원도 "삭간몰 기지는 선제적 공격이 있을 경우에 파괴당하지 않도록 북한 전역에 퍼져 있는 미사일 기지 시스템의 일부"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한 기지) 4~5곳을 확인했으며 앞으로 관련 보고서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삭간몰 논란을 넘어서 트럼프 행정부 자체의 대북 정책을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국가 안보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북한의 비핵화에 회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김정은과 만나면 미북 협상이 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김정은과 직접 상대하려는 외교 방식이 미북 비핵화 협상 개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CSIS의 보고서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미 행정부도 미사일 기지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핵 신고서’ 자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6·12 싱가포르) 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만 담긴 만큼 북한의 핵 관련 활동이 하나도 놀랍지 않다"며 "북한은 핵물질을 생산하고, 핵무기를 제조하는 등 평소에 하던 모든 것을 하고 있을 것이며, 미북 간에는 북한의 위반 사항을 지적할 만한 합의조차 없었다"고 했다.
제임스 킴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사무소장은 "이번 삭간몰 폭로를 계기로 미국 내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트럼프식 대북 관여 정책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에드워드 마키 미 상원의원이 비판적으로 나왔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 유화적이었던 야당(민주당) 의원의 태도가 변화한 것은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한 하원에서 청문회 등 어떤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마키 상원의원은 CSIS의 삭간몰 보고서가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며 "북한과 또 다른 정상회담을 가질 수 없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과 회담을 해선 안 된다"고 했었다.
미국 내 중립적인 싱크탱크로 평가받는 CSIS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 통일센터장은 "중립적 싱크탱크인 CSIS에서 이런 보고서를 냈다는 것도 문제"라며 "정보 당국과 전문가 등이 북한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논쟁이 꼭 나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논쟁을 대북 협상의 전략적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4/20181114022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