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소한 미사일 기지 16곳에서 미사일 프로그램을 몰래 진행하고 있는 정황이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확인됐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분석 작업을 진행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영구 폐기를 약속하면서 그것이 미사일 프로그램 포기인 것처럼 선전한 것은 거대한 기만행위라고 했다.

북은 동창리 시험장, 풍계리 핵실험장, 영변 원자로 시설같이 역할이 끝나 쓸모가 없어진 핵 시설을 고른 뒤 비전문가들을 불러 놓고 폭파 쇼를 벌였다. 그것을 마치 비핵화 조치라도 되는 양 포장해 왔다. 그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챙겼고 종전 선언 및 대북 제재 완화라는 추가 상응 조치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10개도 넘는 미사일 시설을 운용하고 있었다. 우라늄 농축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지하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미 정보 당국이 '북한식 비핵화'가 가짜임을 폭로하면서 진짜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의 첫 단추인 핵시설 신고를 못 한다고 버티는 것도 자신들이 숨겨놓은 비밀 시설들을 미국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거짓말을 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이미 한·미 정보 당국이 파악했던 내용으로 새로운 게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기지 외에 다른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했다. 북한 대변인도 이와 똑같이 말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폐기되면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도발은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 미사일 기지를 알고 있었다면서 문 대통령은 미사일 위협이 모두 사라진 것처럼 말한 것인가. 북한이 속인 것이 아니라면 우리 대통령이 속인 것이 된다.

뉴욕타임스는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황해도 황주 삭간몰 비밀 기지는 서울에서 불과 135km 떨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삭간몰 기지 미사일은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 미국 사람들에게 날아가는 미사일이 걱정이지 한국 사람에게 날아오는 미사일은 상관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한국 사람은 북핵 미사일의 위협을 받고 살아도 되나. 이게 청와대 대변인 입에서 나와도 되는 말인가. 북(北) 미사일 기지 운용이 드러났는데 그 공격 대상인 한국의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변호해 주고 있으니 이 광경을 국제사회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겠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3/20181113041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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