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金이 文대통령에게 북·미 신뢰 구축되기 전에는 핵리스트 제출 못한다고 말해"
김영철 '오른팔' 김성혜 내주 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신뢰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물질·무기, 운반 수단의 리스트를 신고하라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공격 목표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문 대통령이 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한 얘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실장은 "북한도 핵 리스트 신고를 매우 중요한 (비핵화) 단계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신고) 절차들은 당사자 간 확실한 신뢰 조치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종전 선언에 관해선 "가급적 약속한 대로 올해 안에 종전 선언이 가능하도록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형식에 대해서도 상당히 오픈돼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실무급 차원의 종전 선언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8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열리는 미·북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서도 청와대는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 국무부는 5일 성명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4대 합의 사항 진전을 위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무부 보도 자료에 나온 '4개의 기둥(four pillars)'이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개의 기둥'이란 싱가포르 회담 합의 사항인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포로 유해 송환을 뜻한다. 김 대변인은 "지금까지는 순서가 뒤에서부터 이뤄져 왔는데, 고위급 회담에선 1·2번 문제도 본격적으로 협상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종전 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제재 면제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향한 기대감을 표한 것이다. 하지만 '4개의 기둥'은 미 국무부가 그간 정례 브리핑 등에서 싱가포르 회담을 언급할 때 자주 써온 말이다.

미국이 최근 연일 '비핵화 검증'을 강조하는 만큼 이번 회담에선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영변 핵시설의 사찰·검증 문제와 미국의 상응 조치,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장소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말 뉴욕 고위급 회담 때처럼 김영철이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 수도 있다.

한편 김영철의 '오른팔'인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과 리종혁 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 7명이 오는 14~17일 경기도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행사에 참석 하기 위해 이날 방한 신청을 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이들이 참석하는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는 일제의 강제동원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아태 지역의 평화 교류를 논의하는 행사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북 관계와 남북 관계 진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북측의 생각을 전달하고 우리의 입장을 파악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7/20181107004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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