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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갈등과 분열의 대한민국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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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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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출범 후 거의 모든 가치 구도 바뀌고 사회 양쪽으로 극명하게 갈려
北 향해서는 올인하고 대한민국 분열은 수수방관해… 국정 목표 스스로 허물어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 적어도 데모만큼은 없어질 줄 알았다. 최소한 줄어들기라도 할 줄 알았다. 과거 데모의 핵심이 대부분 반(反)보수·친(親)좌파 단체였던 만큼 언필칭 그들이 세웠다고 자랑하는 좌파 '촛불 정권'에 주먹을 들이대고 목소리를 높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데모는 하루도 거를 날이 없다. 서울 광화문은 그들에게 자리를 전세 내준 지 꽤 오래됐다. 지난 주말 광화문 일대에는 데모 22건에 3만~4만명이 몰렸다. 작년 한 해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빚어진 시위는 2563건으로, 2016년보다 43% 증가한 것이고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후로 따져도 31% 증가라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과 분열과 반목의 나라다. 데모의 급격한 증가는 갈등 정도가 더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전쟁-산업화-민주화 과정을 살아오면서 어렵사리 오늘의 삶을 일구어냈다. 이제 겨우 살 만큼 살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갈등과 반목과 분열은 줄어들 줄 모르고 갈수록 커지고 과격해지고 파렴치해지고 적나라해지고 있다.

문 정부 들어서면서 갈등 대상에는 성역이 없어졌다. 소득 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은 그것의 당, 부당은 별개로 갈등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급기야 헌법, 교과서, 사법(司法), 군부, 기업 등 안 건드리는 분야가 없다. 외교·안보는 이제 동네북이다. 남북문제, 한·미 관계, 국방은 우리 사회 갈등의 전선(前線)을 극대화했다.

지난주 대법원이 내린 판결 2건은 이 정부가 갈등의 정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일제에 징용된 사람들의 보상에 관한 판결과 이른바 '종교적' 이유로 인한 군 복무 면제 판결은 우리 사회를 들쑤셔 놓았다. '가짜 뉴스' 규제도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50년 넘게 나는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과 분열을 보고 겪고 취재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의 거의 모든 가치 구도가 마치 병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처럼 뒤바뀌는 것을 보지 못했다. 세상이 이렇게 극렬하게 갈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잘못된 것을 고쳐가는 것이 발전하는 길이다. 그러나 한 무리의 자칭 '개혁자'들이 들어와 아무런 검증 과정 없이 과거를 '적폐'로 몰고 나라의 기본 틀을 뒤흔드는 것이 발전일 수는 없다. 과거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에도 비판에 대한 물리적 압박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이렇게 양쪽으로 극명하게 갈렸음을 느낀 적이 없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둘로 갈라 한쪽에 서서 매일같이 다른 쪽을 쪼아대는 것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사람이다. 미국의 지식층은 미국이 역사상 이렇게 분열과 대립으로 미국을 양분한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고 통탄하고 있다. 갈등과 대립이 세계적으로 유행인가?

대통령이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고 모든 국민을 한 줄로 세우는 나라는 위험하다. 하지만 극한적 대립, 갈등과 저주는 다양성과는 다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은 단순히 견해차거나 옳고 그름의 문제거나 지지와 반대 차원이 아니다. 이 나라의 갈등에는 상대를 용납지 않는 독선, 경험 없는 무지와 무능, 과거에 대한 복수 그리고 권력 집착이 복합적으로 엉켜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역할은 갈등과 대립을 충돌로 이끌지 않고 서로 타협하고 조정하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 대립 구도의 한쪽에 대통령이 좌장(座長)처럼 올라 있다. 대통령은 '촛불'을 이야기하며 적폐 청산을 강조하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명령(?)하고 다닌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우선순위가 '평화'에 있고 그 평화를 위해 북한을 돕자고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동참이 필수적이고 우리 사회를 단합과 소통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북한을 향해서는 올인하면서 매사에 대한민국 사회가 두 동강이 나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북한을 지원하려면 우리 경제력이 튼튼해야 하는데 우리 경제는 국민의 갈등 속에서 지리멸렬한 상태다. 자신의 국정 목표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드골은 '애국자는 자기 국민에 대한 사랑을 우선시하는 반면, 민족주의자는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미움을 앞세운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은 애국자인가, 민족주의자인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사랑이 중요한가, 아니면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미움이 앞서는가? 문 대통령이 민족주의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애국자였으면 좋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5/20181105040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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