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이 5일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의 막말 논란에 대해 "말이라는 게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면 칭찬이 비난이 되기도 하고 비난이 칭찬으로 바뀔 수 있다"면서 "남쪽 예법이나 문화와 좀 다르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받았던 엄청난 환대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리선권이 우리 대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여당 정책위의장에게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겨선 안 된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공분을 일으키자 남북 간의 언어 습관 차이로 돌리며 감싼 것이다.

'냉면 목구멍' 발언이 알려졌을 때 한 고위 탈북자는 "가까운 친구 사이라도 '목구멍으로 뭐가 넘어가느냐'는 말을 들으면 주먹이 날아갈 것"이라며 "유교적 예법 등은 오히려 북에서 더 따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적의와 하대, 비난의 감정 없이 누가 그런 상소리를 하나. 이것은 단순한 언어 습관이나 개인 특성의 문제가 아니다. 북 정권이 한국 기업을 '현금 인출기' 정도로 생각하고 한국 정권을 통하면 얼마든지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 명백히 해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이 펜스 미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모욕하자 트럼프는 회담 취소로 대응했다. 곧바로 꼬리를 내린 북은 미국을 향한 막말을 멈췄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감춰주고 변명해주는 데 급급하다. 여당 원내대표는 리선권과 동석한 기업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리선권 목구멍 발언이) 생각 안 난다'는 답을 받아냈다고 한다. 세상에 누가 "들었다"고 말해 발설자로 찍히고 싶겠나. 사실상 '입단속'을 한 것이다. 국감에서 리선권 발언을 확인했던 통일부 장관도 "건너 건너 들었다"며 말을 흐리고 있다. '배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정책위의장은 "자꾸 가십을 만들어 내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이 외신으로부터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집권 세력 전체가 '리선권 대변인'으로 나서기로 작심했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5/20181105040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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