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막기 나선 원내대표… "리선권 발언 없었다, 총수들 전화로 확인"
말바꾸는 통일부 장관… "비슷한 발언 있었다" → "건너 건너 들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방북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고 말했다는 것과 관련해 여권(與圈)은 1일 일제히 관련 언급을 피하며 파장 수습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일 전 "비슷한 발언이 있었다"고 시인하고, 서훈 국정원장이 바로 전날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냉면 발언은) 그 자리에 없었기에 (제가) 뭐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공식적 (보고) 경로로 들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국정감사에선 "(리선권이 그런 얘기를 했다는)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며 "북측은 남북 관계가 속도를 냈으면 하는 게 있다"고 했었다.
홍영표 원내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
홍영표 원내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런 사안을 (왜) 그렇게 키워 가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31일) 국정원 국정감사장에서 "(리선권과 동석했던) 기업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야당 측에선 "여당 원내대표가 '기업인 입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홍 원내대표 측은 이날 "(리 위원장) 발언 내용이 과장된 것 같다"고만 했다. 하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홍 원내대표 말씀을 보면 (사건)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홍 원내대표를 지원했다. 김 대변인은 냉면 발언 관련 청와대 입장에 대해서는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말씀드릴 게 없다"고 했다.

야당은 "우리 국민이 수모를 당했는데 정부 여당은 사건을 물타기하고 덮기 급급하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지도부가 기업 총수들에게 일일이 전화 걸어 사실 확인을 한 것은 한마디로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기업 총수 줄줄이 평양 데려가 줄세우기 한 것도 모자라 들어도 못 들은 척 입까지 막아버렸다"고 했다. 이어 "북측이 공식적으로 기업인들에게 사죄를 해야 하고, 그걸 이끌어낼 사람이 바로 문 대통령"이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서 냉면 발언의 사실 여부가 논쟁이 되자 기업들은 철저히 말을 아꼈다. 해당 기업의 고위 임원들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며 말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일 대한상의 행사장에서 기자들이 냉면 발언 논란을 질문하자 "그런 얘기를 갖고 이러니저러니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1일 홍 원내대표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1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냉면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개별 기업 총수들이 직접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니 경제 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홍 대표가 총수에게 직접 연락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확인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라며 "냉면 발언이 너무 크게 논란이 돼 버린 상황에서 누가 '그 발언을 들었다'고 나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보며 북한에 억지로 간 것도 모자라 거기서 북한에 수모를 당하고도 오히려 입단속하고 있는 지금 대기업 모습은 우리 재계의 위상과 현실을 적나라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 무역성 출신의 탈북자 김태산 전 체코조선합영회사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을 따라다니다 개보다 못한 취급을 당했는데 (정부) 누구도 북측에 문제 제기도 못 하고 있다'며 '옥류관 국수 한 그릇 얻어먹은 것이 훗날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를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2/20181102003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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