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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그래도 그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야 했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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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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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냉면 겨우 삼키고 돌아오니 특보가 '다 모이라' 이게 지금 한국 정치와 경제
권력이 경제에 올라타고 온갖 오기와 독선, 기행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경제에 대한 어두운 소식 중에서도 자동차 산업 뉴스는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직간접으로 연관된 근로자가 177만명이라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나. 한국 자동차의 위기는 일시적인 것도 아니라고 한다. 누가 중국 관계자에게 한국차의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사드 보복"이라고 항의하자 그 관계자는 "사드 보복 아니다. 당신들이라면 같은 품질 차를 더 비싼 돈 주고 사겠느냐"고 되받았다.

중국 자동차는 세계 최고 부품 회사들의 제품을 모아 조립한 것이고 한국 차는 한국 부품 조립품인데 중국 차가 상당히 더 싸다고 한다. 사드 문제가 없었어도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일본 차와 가격 경쟁이 힘들다고 한다. 미국 소비자가 어느 차를 사겠나.

요즘 많은 자리에서 경제 얘기가 부쩍 늘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현금 확보에 들어갔다"고 했다. 자신들과 거래하는 선진국 기업에서도 향후 경기를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한다. 경제 동향에 민감한 전문가에게서는 달러 예금으로 전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글로벌 기업 CEO를 지낸 한 분은 "한국 제조업은 중국 벽에 다 막혔다. 한국 최고 기업도 이미 대부분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이 안 된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이것이 진짜 심각한 문제고 국가적 위기"라고 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얼마 전 동남아 국가의 휴대폰 매장에 갔던 분 얘기가 생각났다. "중국 휴대폰 매장들은 북적거리는데 삼성 휴대폰 매장은 거의 비어 있었다.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금융 관계자는 "트럼프와 시진핑은 둘 다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남부 유럽이 안 좋아지고 있다. 남미는 말할 것도 없다. 사우디, 이란 등 산유국 라인이 이상하다. 브렉시트에도 위험 요인이 있다. 여기서 미국과 금리 차가 더 커지면 곤란하다. 국내외 악조건이 여럿 겹치면 내년에 최악 상황이 온다. 나는 그 확률은 낮다고 본다. 그런데 '0'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CEO 출신은 "지금 한국에선 기업 투자를 막는 조건만 골라서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인들이 겉으로 말은 어떻게 하든 머릿속은 자기 것을 어떻게 지키느냐, 얼마나 조금 잃고 이 정권을 지나갈 수 있느냐로 차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으로 재산을 돌리려는 사람이 적지 않고 관련 변호사들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고도 했다.

사람들은 모두 "대통령과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죽을 둥 살 둥 발버둥쳐도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만 잘되면 다른 것은 깽판 쳐도 된다'는 노무현 유훈을 실천하는 것 같고, 기업인들은 이 정권 아래에서 수사 안 받고 감옥 피할 생각밖에 없는 듯하다.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댄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북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었다. 남북 관계에 정권의 운명을 걸듯 올인하는 대통령이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리였다. 평양에 가고 싶었던 기업인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찍혀서 검찰 수사 받기 싫고, 감옥 가기 두려워서 따라나선 사람들은 세계 수준의 글로벌 기업인들이었다. 삼성그룹 1년 매출액이 371조원으로 북한 GDP(국내총생산)의 12배가 넘는다. 이런 사람들이 핵폭탄 외에 아무것도 없는 조그만 폐쇄 국가의 부총리 앞에서 '훈시' 같은 것을 듣고 묘목 재배장을 '견학'했다. 그다음 날 리선권과 마주 앉아 냉면을 먹다가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눈치 없이 왜 빨리 돈 들고 오지 않느냐고 부라린 것이다.

가족끼리라도 해서는 안 될 막말을 들은 기업인들은 놀랍게도 그 냉면을 계속 먹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은 그런 말을 들으면 목이 멜 것 같다. 그래도 세계적 대기업 총수들의 목으로 냉면이 넘어갔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한마디 하고 싶었던 사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못했다. 리선권이 무서워서가 아닐 것이다. 이것은 남북 관계 해프닝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지금 처한 상징적 모습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권력에 가위눌려 있다. 경제 해답은 나와 있는데 그 해답을 거부하는 정치권력이 경제 위에 올라타고 오기, 독선, 기행을 일삼고 있다. 북핵이 없어지고 미·북 관계가 정상화되면 기업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대북 투자를 연구할 것이다. 지금은 그런 여건이 전혀 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 글로벌 기업 총수들을 초등학생 줄 세우듯 평양에 끌고 갔다. 가서 목구멍에 억지로 냉면을 넘겼더니 돌아와선 대통령 특보라면서 또 다 모이라고 한다. 이게 바로 지금 한국 정치고 경제다. 이러다간 '경제'만이 아니라 '남북'까지 '깽판'으로 갈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31/20181031039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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