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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트럼프 통상 정책의 핵심은 중국 봉쇄에 있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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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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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의 '새 판 짜기'는 중국 고립 위한 전략의 일환… EU·日에도 '反中 통상 동맹' 요구
새 무역 질서 동참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 악화되면 車·반도체 등 충격 벌어질 것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고 지난달 말 타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항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사실상 금지한 부분이다. USMCA 3국 중 하나가 비(非)시장 경제국과 FTA를 체결하는 경우, 다른 두 국가는 3국 간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여기서 '비시장 경제국'은 중국을 지칭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은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EU, 일본, 영국과의 향후 양자 간 무역 협상에서도 '비시장경제 조항'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운명까지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WTO의 핵심인 분쟁해결기구의 재판관 선임을 미국이 가로막고 있어 내년 12월이면 WTO의 소송 기능도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WTO는 미국이 밑그림을 그리고 가꾸어온 다자(多者) 무역 체제의 근간이자, 글로벌리즘의 표상이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해 70여년간 통용돼온 '상식'과 '규칙'을 깨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세계 무역·통상 환경에서는 다자 간 규범 체제에서 양자 간 힘의 논리로, 자유무역에서 관리무역으로 '판' 자체가 바뀌는 지각 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자유무역원칙을 악용하면서 성장해 약탈적 패권과 국내 인권 탄압을 일삼는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최근 발언에서 보듯,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트럼프발(發) 통상 충격의 본질은 중국에 대한 전면적 압박이자,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봉쇄하려는 개편된 세계 전략의 일환이다.

미 행정부는 이를 통해 중국을 완전히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을 총체적인 기술탈취로 규정하면서 올 7월 강행한 301조 무역보복조치는 조만간 5000억달러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중국은 맞대응·맞보복을 외치고 있으나, 현격한 국력 차이를 감안할 때 상당한 피해를 겪은 후 결국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관건은 이미 10년 전부터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80%를 넘는 무역 대국(大國)인 우리의 대응이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국운을 걸고 타결시켜 한·미 동맹과 교역의 버팀목이 된 한·미 FTA가 하루아침에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공습 첫 표적이 될 정도로 달라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은 자명해 보인다. 한·중 수교 이후 굳어져온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국가 생존 전략을 '안미경미(安美經美·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로 바꾸어야 한다. 중국 시장에 기댄 생존과 경제 성장의 한계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뼈저리게 실감했다. 새 통상 질서의 틀을 짜는 미국과의 교감도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안미경미'는 지금 우리에게 불가피한 선택이다.

더욱이 우리는 중국도, 미국도 아닌 트럼프 대통령 편에서 북한 비핵화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의 통상 관계를 안정시켜 비핵화 협상의 발판을 다지고 그렇게 이룬 비핵화 성과로 통상·경제의 활로(活路)를 돈독하게 키워야 한다. 섣부른 '안보 따로, 통상 따로' 전략으로는 자칫 우리 수출산업 전반이 사활적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

이미 '경제 안보'를 '국가 안보'와 동일시하고 있는 미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관세 폭탄으로 세계 통상 질서를 재편하고 EU, 일본에게까지 '반중(反中) 통상 동맹'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통상 공세를 더 강화해 새 판짜기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다. 우리로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새 판에 참여할지가 남아 있다. 최근 대북 제재 등에서 마찰음이 나고 있는 한·미 관계가 악화될 경우, 자동차·반도체·환율 분쟁까지 불거져 쓰나미 같은 충격이 벌어질 수 있다. 최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여 USMCA를 관철한 트럼프 정부의 실상을 새겨봐야 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미국이 새로 짜는 세계 무역 질서에 적응하고 동참해야만 한국 경제가 생존할 수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의 통상·무역 전략을 면밀하게 재점검하면서 한·미 관계와 동맹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30/20181030043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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