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선권, 9월 방북한 재계 총수들에게 정색하고 면박… 조명균 "남북관계 속도내자는 의미였을 것"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면박을 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행사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 리선권이 불쑥 나타나 정색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다. 보고받았느냐"라고 물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당시 리선권과 같은 테이블엔 북한 김능오 평양시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해 손경식 경총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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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왼쪽 둘째) 북한 조평통 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남북 정상회담 때 옥류관에서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찾은 우리 대기업 총수들에게“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핀잔을 준 사실이 알려졌다. 리선권부터 시계 방향으로 손경식 경총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능오 평양시 노동당 위원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앉았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조 장관은 '왜 그런 핀잔을 준 것이냐'라는 정 의원의 질의엔 "북측에서는 남북 관계 속도를 냈으면 하는 게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총수들이 가서 경협 얘기할 처지가 아니지 않으냐. 면박을 주는 것이 의도적인 게 아니겠느냐"며 "국민의 자존심도 지켜달라"고 했다.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은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리선권)을 혼내야 될 것 아니냐"라고 하자 조 장관은 "제가 그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짚고 넘어가야겠다 생각은 했다"고 했다.

리선권은 10·4 선언 11주년 행사 때도 조 장관이 약속 장소에 2~3분 늦게 나타나자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라고 했다. 조 장관이 "고장 난 시계 때문"이라고 하자 리선권은 "시계도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라고 했다.

지난 6월 고위급회담 때는 '(5월 고위급 회담 연기 명분으로 내세웠던) 엄중한 사태가 해결됐다고 보느냐'는 우리 취재진에게 "엄중한 사태가 어디서 조성된 걸 뻔히 알면서 나한테 해소됐냐 물어보면 되느냐"라고 했다. 이어 조 장관에게 "아까 기자 선생이 저한테 '엄중한 상황이 해소됐다고 생각합니까'라고 해서 제가 그거는 조명균 선생한테 물어보라고, 그 장본인, 그 초래한 사람한테 물어야지 나한테 물어보는가"라고 했다. 5월 고위급 회담의 무산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은 시종 고압적이고, 우리는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소장 정례회의에 사전 통보 없이 2주 연속 불참한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19일과 26일에 연락사무소 우리 측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방북했지만 북측 소장의 부재로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남북은 지난달 14일 공동 연락사무소를 개소하며 주 1회 소장 정례회의를 갖자고 합의했다.

한국당 정양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엔 북한이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우리 예산 1억8000만원이 허공에 날아가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의사를 밝히는 등 국제사회를 향해선 적극적인 투자 유치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 경제학자인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선임연구사는 "제재가 해제되면 조선(북한)도 스위스와 싱가포르 같은 나라를 본보기 삼아 개발에 나설 수 있다"며 미국 등의 '대북 적대 정책' 포기를 전제로 IMF 가입 의사를 밝혔다.

한편 북한은 1986년 김정일이 제시한 '우리민족제일주의' 노선을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우리국가제일주의' 노선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은 북한 사회과학원의 정기간행물인 '철학·사회정치학연구' 2018년 2호(5~8월)에 실린 서성일 사회과학원 박사의 논문('김정은 동지께서 밝히신 우리 국가제일주의에 관한 사상')에 담겼다. 핵 보유를 통해 확보한 '전략적 지위'를 바탕으로 '우리민족끼리' 노선 대신 독자적인 경제·문명 강국을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이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의미하는 '전략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노선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북에 요구하는 '핵 폐기'와는 정반대되는 노선"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30/20181030002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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