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한다면 기독교도 고문·처형 현장에서
학살자에게 香油 부어주고 순교자·지하 교인들 배신하는 셈
치열하게 惡과 싸워온 교황이 진실·人權·善 외면해선 안 돼
 

류근일 언론인
류근일 언론인
"기독교인들은 더 힘든 도정(道程)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제국주의자들로 간주돼 체포되면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즉결 처분을 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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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 로마 이야기가 아니다. 21세기 북한 현실이다. 할리 매케이 폭스 뉴스 기자가 2017년 8월 18일자 폭스 네이션에 제프 킹 '국제기독교문제협회' 대표의 말을 인용, 보도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공식 초청도 없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그런 북한을 방문해 달라고 대변했다. 교황은 "공식 초청을 해 오면 갈 수 있다(available)"고 했다. 청와대는 이 말을 "가겠다"는 결정인 양 홍보했다. 그대로라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독교도 처형 현장에서 학살자 네로 황제에게 강복(降福)해주고 향유(香油)를 부어주는 최초의 교황이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보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동성애자, 여성, 어린이 노동, 이민자, 이혼자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반면에 '전통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그는 악마 현상에 깊은 집념을 보여 왔다. 2014년 4월 10일 강론에선 이렇게 말했다. "악(惡)의 군주 사탄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 21세기에 웬 악마냐고? 악마는 엄연히 있다. 악마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성서에서 배워야 한다."

교황은 악마와 싸우는 7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중 '악의 군주'의 번지레한 약속을 믿지 말라는 당부가 있다. "악마와는 아예 말도 섞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와 말을 하면 헷갈리기 쉽다. 악마는 우리보다 똑똑하다."

'악의 군주'는 누구인가? 천사의 얼굴을 한 '악령의 권세'다. 스탈린의 피의 숙청과 히틀러의 홀로코스트, 평양 세습 왕조의 정치범수용소, 문혁(文革)의 홍위병 난동으로 표출되는 광기(狂氣)와 폭력과 공포다.

이 모든 게 다 있는 곳이 북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로마 교황청, 서울의 교황청 대사관은 2017년에 나온 국제변호사협회의 북한 인권 보고서를 참조할 만하다.

"북한에는 극한적 탄압을 받는 8만~13만명의 정치범이 있다. 유아 살해를 포함하는 조직적 살인, 고문, 강간, 강제 낙태, 굶주림이 일상화돼 있다."

국제 종교자유의 날(10월 27일)을 앞두고 미국 국무부는 탈북자 지현아씨의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에서 성경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된 지씨는 "마취도 없이 강제 낙태 수술을 당했다. 고문자들이 팔다리를 잡고 옷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고 했다.

이런 북한 현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열거한 '악마의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교황은 지난 5월 8일 자신의 거소(居所) 도무스 상태 마르태의 아침 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악마는 그리스도의 부활로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모르는 채 거대한 권세를 부리며 우리에게 선물 보따리를 보여준다.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지 못하고 그 꾐에 곧잘 넘어간다."

평양 세습 폭정도 '우리민족끼리'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 '선(先)대북 제재 완화'란 짝퉁 보따리로 한국, 미국, 전 세계를 현혹하고 유혹하려 한다. 그러나 유럽과 아셈(ASEM) 정상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no)라고 일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듯 악마의 정체를 누구보다도 잘 꿰뚫어본 인사다. 그런데도 그가 문재인 대통령 요청대로 북한에 가 김정은과 그의 치세(治世)를 축복한다면 그건 '평양 파라오'에게 학살당한 북한 순교자들과 지하 교인들에 대한 잔인한 배신이 될 것이다. 영국 체임벌린 총리도 '평화를 위해' 히틀러와 악수하려 했다. 한반도에도 북한 핵 폐기보다 대북 제재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소리가 있다. 북한인권재단도 출범 2년 만에 사무실이 폐쇄되고 예산도 깎였다, 평화를 위해서.

그러나 온 세계 정치인들이 그렇게 나가도 프란치스코 교황만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그는 정치인이기 전에 철인(哲人)이어야 하고 종교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악마와는 타협 없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늘 말해왔다. 진실, 인권, 행복추구권, 선(善) 그리고 이를 보장할 힘을 외면한 평화란 허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군사정권(1976 ~1983)의 '더러운 전쟁(Dirty War)'을 겪은 인사다. 그런 그가 '더러운 전쟁'의 끝판 왕인 김정은 북한을 방문한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고 있지도 않을 것이라 믿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9/2018102903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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