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종 대전대 교수·군사학
송승종 대전대 교수·군사학

대북 확성기 전면 중단, 초라하게 치러진 70주년 국군의 날 행사, 군 전방시설 공사 중단, 한국형 요격미사일 개발 지연 등 논란 많은 군사적 사안들이 올 들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남북 화해 협력 시대가 무르익어 태평성대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중대한 국방·군사 관련 문제들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청와대가 주도하고, 군 수뇌부는 여기서 소외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군(民軍) 관계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강력한 군사 전문 직업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상정한 것 같은 일방통행식 문민 통제가 벌어지고 있다. 엄격한 감시와 가혹한 처벌을 통한 상명하복(上命下服) 방식의 '군부 길들이기'는 현 정부 초반에 터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고 누락' 사태부터 시작됐다.

이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사태는 처벌의 강도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는데, 대통령이 세 번씩이나 특별지시를 내려 고강도 조사·처벌을 주문했다. 그 결과 기무사에는 조직 해체라는 극형이 내려졌다. 현 정부의 국방장관·합참의장 인사(人事)도 특정한 '의도'를 드러낸 '길들이기' 사례에 속한다.

민·군 관계가 고강도 감시·처벌 위주로 흘러가면 군부는 본업인 국가 보위보다 생존 논리에 따라 군 통수권자의 심기(心氣) 보위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 사례에서 보듯, 극단적 폐해는 국가의 집단 자살로 나타난다. 정치적 도구로 길들여진 군대는 전쟁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없는데도, 재래식 군사력의 우위를 선제적으로 양보한 남북 군사합의는 뼈아픈 실책이다. 급기야 동맹국의 외교 수장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남 북 군사합의에 격노' 했다는 보도마저 나왔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별로 말이 없다. 원래 군 통수권자와 군부의 관계는 '불평등 대화'로 상징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준을 넘어 '대화의 단절'에 이른 게 아닌가 우려된다. 일례로 대통령은 "북한이 NLL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 군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가적 위기 사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8/201810280249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