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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 美國을 이렇게 대하고 뒷감당은 누구 몫이 될까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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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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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동맹국이고 북핵 위협 당사자인 한국의 대통령이
'反美 공동 전선' 구축에 앞장선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최보식 선임기자
최보식 선임기자

유럽 순방의 여독(旅毒)이 풀렸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날 어떻게 보고 있을까'를 맑은 정신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초 순방의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나, 미국에 '북한 제재를 완화해주자'는 말이 잘 안 먹히자 자신의 편에 서줄 연합군(聯合軍)을 찾아나선 것처럼 비쳤다. 명색이 동맹국이고 북핵 위협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강한 대북 제재를 허물어보려는 '반미(反美) 공동 전선' 구축에 앞장선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유럽을 다니며 대북 제재 완화 부탁을 하는 것은 본인 나름의 해법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광경을 미국은 어떻게 지켜봤을까.

김정은의 입장은 그렇게 잘 대변하는 문 대통령이 왜 미국의 입장은 안중에 없는지 정말 궁금하다. 미국이 만만한가. 한반도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인가. 평양 선언 등을 '국회 패싱'까지 하고 백번 비준해본들 미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현실을 모를 리 없다. 남북 경협 사업은 대부분 유엔 제재와 미국 국내법에 의한 '2차 금융 제재' 대상이다. 국내 은행과 대기업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파산(破産)의 초대장'을 받는 것과 같다.

유럽 국가들이 한국과 손잡고 이런 미국에 함께 대응해줄 것이라는 기대부터 얼마나 허황한가. 더욱이 문 대통령은 유럽 사회가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갔던 것 같다. 대북 제재 완화 얘기를 면전에서 듣게 된 유럽 국가 정상은 속으로 어떻게 생각했는지 단서가 하나 있다.

봄날의 꿈같았던 '판문점 회담'이 있고서 한 달 뒤였다. 미국과 유럽 국가가 모두 가입된 '나토(NATO) 의회연맹 총회'가 폴란드에서 열렸다. 이 총회에 나토의 파트너 자격으로 국회의원 두 명이 참석했다. 총회 산하 정치위원회와 과학위원회에서 북핵 문제를 토의했다. 국회에 제출된 출장 보고서에는 그 토의 내용이 나와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를 속인 전력이 있다. 지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저렇게 나오고 있다. 기존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건 별거 아니다. 긍정적 전망의 확산을 경계하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중동 테러 집단에 북한의 핵 기술 능력과 노하우가 넘어가고 있다. 북한과 하는 어떤 합의도 절대적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 대북 제재를 확대 강화하고 기존 제재 이행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참석했던 여당 의원은 "판문점 회담으로 화해 무드였는데 여기서는 전혀 딴 분위기였다. 북한은 인권탄압 국가에다 핵무기 갖고 위협을 일삼는 이상한 나라에 불과했다. 너무나 강경한 성토 분위기에 놀랐다"고 전했다. 북한 눈치를 보느라 입에 못 올렸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핵 폐기'가 유럽에서 다시 언급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유럽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부탁하고 다녔으니 문 대통령을 어떻게 봤겠는가. 청와대 참모와 외교부는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유럽 순방 시점은 북·중·러 3국의 외무 차관급 회담에서 '제재 완화' '단계적 비핵화' 등의 합의가 이뤄진 뒤였다. 마치 이 회담의 합의 내용을 갖고 유럽을 찾아간 것처럼 됐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비협조에 불만이 많겠지만, 미국은 문 대통령이 같이 손잡고 갈 수 있는 파트너인지를 의심할 것이다.

얼마 전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해군 국제 관함식 행사'에서는 로널드 레이건호(號)가 반미 단체의 반대로 제주 해군기지에 당일 입항하지 못했다. 북핵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에 파견됐던 미국 핵 항공모함이었다. 현 정권에서 벌어지는 이런 사건도 미국에 어떤 시그널을 줄 것이다.

평양 회담에서 체결된 남북 군사 합의서는 한·미 조율이 없었다. 회담 이틀 전에야 미국은 그 내용을 통보받았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강경화 장관에게 전화로 거칠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강경화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도 그렇다.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이뤄진 이 조치는 그 뒤 포괄적인 유엔 대북 제재 속에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승인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세 번이나 했다.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분개한 친(親)정부 세력은 사드 배치에 무차별 경제 보복 조치를 가했던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도 못 했다.

얼마 전 청와대 대변인이 조선일보를 거론하며 "한미 공조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이제 그만 걱정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언론은 원래 걱정하는 직업이다. 미국을 이렇게 대하고 뒷감당은 누구 몫이 될까. 현 정권이 나라를 걸고 도박하려는데, 걱정이 안 되면 이상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5/20181025038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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