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합의' 일방 비준 위헌 논쟁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인준한 '9.19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들고 있다. /남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합의서'를 국회 동의 없이 비준한 것을 두고 24일 청와대와 자유한국당 간에 격렬한 '위헌(違憲) 논쟁'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북한은 헌법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 간 조약 체결에 수반되는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을 국회 동의 대상으로 규정한 헌법 60조를 들어, 문 대통령 비준이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靑 "북한 국가 아니어서 남북관계법 적용"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과 맺은 합의, 약속 이런 건 조약이 아니며 따라서 헌법이 적용될 수 없다"고 했다. 헌법 60조 1항 '국회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해 동의권을 갖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 한국당의 위헌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이 이번 비준의 법적 근거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있거나 입법 사항일 경우에만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군사 합의서는 이와 무관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야당의) 위헌 주장은 북한을 엄연한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주장 자체가 오히려 위헌적 발상"이라고 했다.

◇한국당 "남북관계법 아니라 헌법 적용받아야"

이에 대해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군사 합의서에 포함된 내용이 국가 안위에 대한 중대 사안을 포함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남북관계발전법은 북한을 화해·협력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전제로 제정된 법이기 때문에 국민 생명권과 직결된 안보 위협 가능성에 관한 단서 조항이 없다"며 "따라서 상위에 있는 헌법을 근거로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성태(왼쪽에서 둘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비준한 ‘9·19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김 원내대표, 최교일·임이자 의원.
김성태(왼쪽에서 둘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비준한 ‘9·19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김 원내대표, 최교일·임이자 의원. /남강호 기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합의서'라고 해놓고 '상위법'이라 할 수 있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도 못 받은 상태에서 덜렁 군사 합의서만 대통령이 비준하는 게 앞뒤가 맞는 거냐"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공동 선언'과 '남북 군사 합의서'를 비준한 데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헌법 소원, 권한쟁의 심판 등 법적 대응과 관련한 실무 논의에 들어갔다. 한국당은 먼저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 심판 청구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서울행정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전문가 "안보 위험 내용 담겨"

장용근 홍익대 교수는 "영토와 안보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군사 합의서에 대해 청와대가 말하는 '국가 간 조약이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다"며 "헌법 60조의 취지에 따라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비준 동의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는 야당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1991년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헌재·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과거 남북 합의서는 사이좋게 지내자는 선언적 의미의 신사협정이었지만 이번 군사 합의서는 매우 구체적인 데다 대북 대비 태세가 크게 약화된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어 사안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법리적으로만 보면 북한을 국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향후 시행 과정에서 국회가 견제와 감독을 제대로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제정된 법률로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남북 간 거래는 국가 간 거래가 아닌 민족 내부의 거래’라고 돼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한나라당 반대를 무릅쓰고 이 법을 통과시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5/20181025003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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