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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청와대 설명과 달리 보이면 내 눈을 탓해야 하나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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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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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순방서 수모만 겪어놓고 "기대보다 잘됐다" 자화자찬
교황이 방북 확답 준 양 발표… 교황청은 "심각한 준비 필요"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유럽 순방에 대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확보했다"고 말한 것을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일반 평가와 너무 동떨어진 얘기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이라는 말을 쓴 것은 순방과 관련해 놀란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한 비핵화 촉진'이라는 메시지를 들고 유럽 순방에 나섰다. 순방에 앞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가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경제 제재를 서서히 완화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미리 운을 띄우기도 했다. 이 정도면 사전 정지 작업이 됐다는 뜻이다. 20여년간 역대 대통령들의 정상회담을 지켜본 경험으로는 그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한국·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해서 비핵화를 촉진하도록 도와달라"는 문 대통령 요청에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공동 선언에는 북한이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표현까지 담겼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정상회담 준비를 한 참모들도 당황했겠다 싶었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는 "잘됐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됐다"고 했다.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처음 놀랐고, 그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해석에 더 놀랐다.

이후 문 대통령은 만나는 유럽 정상마다 '대북 제재 완화'를 부탁했지만 CVID라는 똑같은 답이 돌아왔다. 51국이 참가한 아셈 정상회담 폐막 선언에도 CVID 문구가 들어갔다. 유럽 국가 사이에선 'CVID가 될 때까지 북한을 압박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런 흐름을 못 읽고 감 떨어지는 주장을 한 셈이다. 외교·안보 라인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서 수모를 겪게 한 것이다. 이 정도면 외교 사고다. 문 대통령이 순방 결과에 역정을 내며 문책 인사를 할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 착각이었다.

대통령 순방을 준비했던 참모진은 "유럽 국가들에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공론화시켰다"고 자평했다. 공론화는 생소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면서 논의 과제로 떠올리는 과정이다. 북핵 이슈는 그런 대상이 아니다. 1993년 1차 위기 이후 국제회의 때마다 거론돼 왔다. 올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독일 뮌헨 회의에서 "뮌헨이 워싱턴보다 평양에서 더 가깝다"면서 "북핵은 NATO 동맹국 모두에 위협이 되는 만큼 최대 압력을 가해 포기시켜야 한다"고 했다. 북핵을 우리는 남북한 화해와 긴장 해소의 관점에서 보지만 유럽은 글로벌 차원의 안보 문제로 본다. 국내 정치에서 재미를 본 공론화를 떠올리며 유럽 국가들을 가르치겠다고 생각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 교황의 방북 수락을 꼽는다. 문 대통령의 교황 접견 직후 청와대는 소셜 미디어로 보도자료를 뿌렸다. 교황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며 나는 갈 수 있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황이 이처럼 파격적인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흥분했다. 상당수 언론은 교황의 응답을 축약해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과장 왜곡 보도다. 이런 보도를 접한 국민은 교황이 북에 가고 싶어 안달하며 초청장을 기다리는 모습을 머리에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외신이 전한 교황 방북 뉴스는 어감이 상당히 달랐다. 교황청 공식 매체인 '바티칸 뉴스'는 '교황은 북한 방문에 오픈돼 있다'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기사에서 교황청 국무원장은 "교황청은 방북 준비를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현재는 방북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단계"라고 답했다. "한국 정부는 교황의 방북 의사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고 하자 국무원장은 "이런 종류의 방문에는 심각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CNN방송은 "교황청은 '방북 초청을 수락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북핵 외교 노선이 옳으냐 그르냐는 주관적인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노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이 뜨거운지 냉담한지는 어느 정도 수치화가 가능한 객관적인 영역이다. 외신 보도만 봐도 이번 순방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가 그것과 너무 동떨어진 평가를 내놓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유럽 순방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언론에 대해 청와대는 "삐딱한 시선으로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설명과 세상이 달리 보이면 내 눈이 잘못됐으려니 탓해야 하는 세상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4/20181024038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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