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합의 '국회 패싱 비준'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남북이 지난달 체결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비준하면서 '위헌(違憲)' 논란이 제기됐다. 현행 헌법 60조 1항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의 경우, 대통령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헌법 전문가와 야당은 9·19 남북 군사 합의가 이 조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이를 비준한 것은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헌재에 대통령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추진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여부가 쟁점

남북은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지상·해상·공중 모두에서 남북 간 적대 행위 중단 구역을 설정했다. 남북은 DMZ(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10~40㎞의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내달 1일부터 공중 정찰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 서해상에서는 NLL(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북측 50㎞, 남측 85㎞의 완충수역(적대 행위 중단 구역)을 설정해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이 금지된다.
 
文대통령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촉진”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9·19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 비준안을 심의·의결하고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욱 쉽게 만들어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文대통령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촉진”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9·19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 비준안을 심의·의결하고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욱 쉽게 만들어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정부와 군은 '평화 정착에 필요한 진일보된 조치'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다수의 한·미 전문가는 "비핵화도 되기 전에 대북 대비 태세를 크게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가령, DMZ 일대를 감시하는 전술 정찰기와 중·대형 무인기 전력에서 한·미군이 북한군에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 정찰·감시 능력만 크게 약화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항의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해 완충수역 설정으로 우리 해병대는 육지로 옮겨 제한된 포사격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군사 합의 비준'은 이런 와중에 나왔다. 정부가 군사 합의를 '조약'으로 '격상'시킨 배경에는 북한과 한번 합의한 내용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래야 정치 상황이 바뀌더라도 영속적으로 추진된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공개된 '군사 분야 합의서' 내용은 헌법이 국회 비준 대상으로 삼고 있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더 나아가 우리 주권과 관련된 조약으로도 볼 수 있다"며 "국회로서는 권한쟁의심판 소송을 낼 만한 법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군사 분야 합의서' 내용이 실제로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는 내용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그런 요소가 있다면 국회 비준 동의를 건너뛰는 것은 위헌적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홍익대 장용근 교수는 "NLL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사실이라면 영토의 문제에도 해당되는데 그런 경우 당연히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헌법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비준 행위 자체가 무효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최대권 명예교수는 "헌법에서 언급하는 조약은 정상적인 국가 간의 조약을 의미하는데 우리에게 북한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당 "정부 절차 違憲, 소송하겠다"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와 법률지원단은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비준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뒤, 권한쟁의심판 추진 방침을 정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헌법과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부여받은 국회의 권한이 명백히 침해받은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위헌"이라며 "권한쟁의심판 소송 방침을 정했고 그에 앞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한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고 했다. 권한쟁의심판 소송은 국가기관 상호 간 권한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경우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내려주는 절차다. 따라서 국회가 소송 주체가 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각 정당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당은 이와 관련해 일단 바른미래당 측 동의부터 얻는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의 위헌 가능성 제기에 당내에서도 정부의 비준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4/20181024002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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