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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 폴란드인은 왜 북한 전쟁고아를 보살폈나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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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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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희생자의 2세들, 부모 잃은 고아 1500명 보듬어
우리는 정부가 '차별' 가해자로 영화 '폴란드…' 사례 참조하길
 

어수웅 주말뉴스부장
어수웅 주말뉴스부장
#1. 송이(25)는 스물다섯 탈북 여성. 배우 추상미의 영화 연출 데뷔작 '폴란드로 간 아이들'의 주연이다. 엊그제 본지 주말섹션 Why?를 통해 송이는 말했다. 남한에 오니 북한 출신이라는 건 수치더라고. 무시당하고 간첩으로 몰리고 별 수모를 다 겪었다고. 이 영화는 6·25 직후 가난했던 북한이 폴란드로 보낸 1500여 명 전쟁고아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폴란드의 보육 시설 교사들은 스스로를 '파파'나 '마마'라 부르라며 검은 머리 아이들을 보살핀다. 이제는 비밀도 아니지만,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민족도 인종도 다른 생면부지 폴란드인들은 왜 북한의 소년·소녀들에게 정성을 다했던 것일까.

#2. 이번에는 조금 다른 종류의 차별. 에버랜드 티(T) 익스프레스는 한국 최초의 목제 롤러코스터다. 최고 시속 104㎞와 낙하각 77도로 이 공원 최고 인기 시설 중 하나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탑승할 수 없다. 장애인이 아닌 동행이 있더라도 전면 금지. 물론 에버랜드는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차별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은 탑승을 거부당한 시각장애인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그들의 손을 들어줬고, 에버랜드 내부 가이드북도 시정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직접 놀이기구까지 타본 뒤, 에버랜드의 과잉 조치라며 내린 결정이었다.

#3. 주지하다시피 입법·사법·행정부는 모든 종류의 차별 금지에 대한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 정부는 마지막 보루가 아니라 최초의 가해자가 됐다. 지난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통일부가 탈북민 출신 기자의 취재를 금지시킨 것. 정부의 해명을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있다. 회담의 원만한 개최가 차별 금지라는 인권보다 우선할까. 이 대목이 더 본질적 질문 아닐까.

다른 사람만큼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누구보다 그 상처와 고통을 잘 알고 있다고 반복해서 강조해온 정권이다. 장애인, 동성애자는 물론, 임대아파트 거주자, 지방 소도시 거주자, 비혼 여성, 워킹맘, 비정규직 노조…. 하지만 차별에도 우선순위가 있는 것일까. 다른 분야의 차별은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탈북민 차별에는 왜 이리 관대한가. 어떤 차별은 편견이고, 이 차별은 필요한 계몽인가.

전문가들은 한국에 어렵게 와서 정착하려고 애쓰는 탈북민들에 대해 정부가 이런 식으로 2등, 3등 국민 대접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이런 차별은 우리 인권사에 지울 수 없는 얼룩으로 남을 것이다.

농담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주장 하나가 요즘 지식인들 사이에서 화제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거대 담론을 거쳐, 지금 이 시대에 남아있는 유일한 거대 서사는 '혐오'라고. 남성 혐오, 여성 혐오, 그리고 이번에는 탈북 혐오. 이 정권은 이를 막기는커녕 가속화시켰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이 글의 첫머리로 돌아간다.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폴란드인 약 600만명을 학살한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다큐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에서 '파파'와 '마마'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희생자의 2세들이었다. 차별은커녕, 상처의 연대를 통한 치유가 그 안에 있었다. 누구보다 상처와 고통이 많았다고 여기는 이 정권 분들이 꼭 한번 관람해 보시기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1/20181021016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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