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사설
문 대통령 유럽 순방 사실상 외교 事故 아닌가
조선  |  @chosu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10.2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51국 정상들이 참석한 브뤼셀 아셈(ASEM) 정상회의가 19일 의장 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도 CVID 방식으로 없애라고 요구했다. 'CVID'의 핵심은 '검증'이다. 검증하지 않으면 핵을 실제 폐기했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다. 북한은 CVID를 극력 피하려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언제부터인지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만 하고 있다. '검증'을 뺀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핵 못지않게 치명적인 생화학무기 폐기를 북에 요구하는 것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 목소리를 아셈 정상회의가 대신 내줬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목소리다. 한국민을 한국 정부가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정상들이 대변하는 것 같다.

아셈 의장 성명은 북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대북 제재 이행이 아니라 거꾸로 제재 완화 부탁을 하고 다녔다. '북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정도가 됐을 때'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무게중심은 "대북 지원과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이 북핵 군사 옵션을 언급할 때도 외교와 대화를 강조해온 국가들이지만 문 대통령의 제재 완화 요청은 잘라서 거절했다. 제재와 CVID 원칙만이 북핵을 없앨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IAEA 전 사무차장은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란 '핵무기가 반출되고 우라늄 농축 시설이 해체된' 단계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제재 해제, 미·북 수교 등 북이 원하는 보상이 제공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 비핵화는 '김정은 의지'라고 문 대통령이 전하는 것과 몇 마디 말이 전부다. 북은 비핵화 실천 방안을 논의할 미·북 실무회담에는 응하지 않고 트럼프·김정은 쇼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 정말 핵 포기 결단을 내렸다면 핵 신고를 하고 폐기 절차와 방법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 그런 기미는 전혀 없다.

문 대통령이 프랑 스·영국 정상에게 대북 제재 완화 얘기를 꺼낸 것은 지금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고 엉뚱한 부탁을 한 것이다. 그것이 아셈 정상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한국 외교는 '남북'에 빠져 방향 감각을 잃은 채 북핵 해결의 정도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이번 유럽 순방은 사실상 외교 사고(事故)나 마찬가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1/2018102101647.html

조선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