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朴정부땐 "고용감소" 文정부땐 "소득격차 줄여"
정권 바뀌니… 노동硏·에너지硏 등 똑같은 현안에 정반대 결론
 

이번 정부 들어 노동·경제·통일·보건 분야 국책 연구기관들이 같은 사안에 대해 전(前) 정부 때와는 정반대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정권이 바뀌자 정부의 성향이나 요구에 따라 '연구 방향'을 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태옥 의원이 한국노동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국토연구원·통일연구원·보건사회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이 2008년부터 올해까지 발간한 연구보고서 2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결론이 뒤바뀐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연구진은 과거 자신이 내놓은 연구 결과와 반대되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노동연구원은 2015년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감소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가 지난해 12월 다른 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상당한 임금 불평등 축소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2년 만에 반대로 바뀐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6년 원자력발전의 사회·경제적 고용 효과를 분석하면서 한 해 약 36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고 9만2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자 지난해 12월 연구에선 원전의 경제성과 고용 창출 효과가 낮다고 평가했다. 야권에선 "국책연구기관이 '정권 옹호 연구소'로 전락해 신뢰도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2015년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대체적으로 고용 감소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근로자 특성별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를 분석했을 때 고용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같은 해 최저임금이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보고서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가구의 소비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자 해당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그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임금 분포의 개선에 대한 기대도 크다. 최저임금 인상은 상당한 임금 불평등 축소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이 인사는 지난해 문 정부 최저임금 개선 TF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정권에서 원전의 경제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가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자 연구 결과를 정반대로 내놨다. 2016년 3월 연구원이 내놓은 '2015 원자력발전의 사회경제적 고용 효과 분석'에 따르면, 원전 운영(24기)과 건설(4기)로 한 해 동안 약 36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연간 9만2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원자력발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는 "고용 기회의 증가가 어느 정도 인구 유인 효과가 있을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인구 유인의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국토연구원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는 '물타기 통계'를 내놨다는 의혹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전인 지난해 3월 연구원은 '2017 주택시장 영향요인 분석과 전망' 자료에서 "지역 시장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고, 서울은 2.1%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1월 '2018 주택 시장 전망'에서는 "주택 매매가격 수도권 0.7% 상승, 지방 0.6%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러나 주요 기관의 2018 부동산 예측 현황을 보면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1~5%대로 전망됐다.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서울의 높은 아파트 값 상승률 예상 수치를 감추기 위해 경기도가 포함된 수도권을 기준으로 통계를 잡은 것"이라고 했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발간되는 '북한인권백서'를 지난해까지 보도자료를 내면서 홍보해왔다. 북한 인권 탄압 실태를 알리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통일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된 북한인권백서에 대해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반(反)하는 보고서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원이 지난해 6월 20일 펴낸 '정부의 전원(電源) 구성안 영향 분석' 보고서는 탈원전·탈석탄 중심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국민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3일 만에 홈페이지에서 돌연 삭제된 뒤, 3일이 지나 다시 올라왔다 는 것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보고서 공개 후, 논쟁이 가열돼 관련 부처와 추가 소통을 한 뒤 다시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태옥 의원은 "국책연구기관 자료는 정부 정책의 근간인데 엉터리 진단을 근거로 엉터리 처방을 내리는 정부 정책을 보고도 눈감는 것은 혈세 낭비"라며 "정부 정책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8/20181018002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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