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종전선언 아닌 대북제재 완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 4차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종전선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정은이 폼페이오에게 '종전선언의 뜻이 뭐냐. 정치적 의미는 있겠지만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서 (서로 다른) 미국과 북한의 현재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 리스트 신고 대가로 종전선언을 강하게 원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크게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폼페이오와 만난 자리에서 드러난 김정은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관심사는 종전선언이 아니라 대북 제재 완화였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미국이 대북 경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상응 조치를 우선 취해야 핵 리스트 제출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관심은 폼페이오 4차 방북 직전 이미 식은 상태였다. 북한은 지난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종전선언이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에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한 만큼 "이를 걸고 조작한 제재들도 그에 맞게 사라지는 것이 순리"라며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핵 리스트 제출 요구에 대해 김정은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충분히 행동으로 보여주면 현재와 미래의 핵 프로그램을 다 보여주고 포기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미·북 간 신뢰 구축이 안 된 상태에선 북한이 핵 목록을 낸다 해도 미국이 믿지 않을 것이므로 당장은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종전선언을 영변 핵 시설 폐기나 핵 신고와 교환 구도로 보지 않는다. 종전선언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해체 등 북한이 이미 취한 조치에 대해 미국이 해줘야 할 보상으로 본다. 영변 핵 시설 파괴나 핵 신고 등은 종전선언과 무관하게, 미국이 대북 제재 일부 완화, 즉 '신뢰 구축을 위한 우선 조치를 해줘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이날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제재 완화 방안 중엔 정유·원유 공급 제한 한도를 늘리거나 북한의 석탄 수출을 일부 허용하는 안 등이 우선순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유엔 안보리 제재는 북한에 대한 정유 제품과 원유 공급을 각각 연간 50만배럴과 400만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석탄 수출은 전면 금지된 상태이다.

한편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협상을 계속 미루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번 주 초 실무협상을 개최하자고 북에 제의했으나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비건 특별대표는 실무 차원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 파리, 브뤼셀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실무협상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상회담 일정도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7/201810170016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