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여당과 그 주변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등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평양에 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평화 체제가 되려면 국보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시키더니, 이번엔 민주당과 대북 노선을 같이하는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국보법은 사망 선고를 기다리는 사문화된 법"이라며 종전 선언이 이루어지면 당 차원에서 국보법 폐지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보법은 남북 화해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니 손을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의 주장은 국보법의 존재 이유부터 호도하고 있다. 국보법은 대남 적화 시도 같은 북한의 안보 위협 때문에 존재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북한 핵의 완전 폐기가 이뤄지고 북의 남침 가능성이 명백히 없어져 한반도 평화 체제가 정착된다면 국보법도 개폐(改廢)될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사찰·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핵 폐기를 위한 어떤 구체적 행동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대남 적화 목표를 명시한 북 노동당 규약도 한 글자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그런데도 집권당과 그 주변이 벌써부터 국보법 개폐론을 내놓는 것은 북의 안보 위협은 제거되지 않았는데 우리부터 무장해제하자는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엔 국보법이 일부 남용됐던 것이 사실이고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정권 차원에서 국보법을 악용하는 일은 사라졌다. 법원도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국보법 적용을 엄격히 하고 있다. 이 정부 들어선 국보법 위반 입건자가 과거 정부 때의 3분의 1로 줄었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도 곧 경찰로 넘기겠다고 한다. 일반 국민 중에 국보법 때문에 불편을 느끼거나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이 법이 없어지면 좋아할 사람은 오로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체제를 적대시하는 파괴 세력뿐이다.

오히려 지금은 과도한 안보 무장 해제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방부가 올 들어 해체했거나 해체를 계획하는 대북 전차 방어 시설은 13곳으로, 그 이전 5년 평균치(1.8곳)의 7배에 달한다. 안 그래도 평양에서 이뤄진 남북 간 군사 합의에서 우리가 서해 방어 및 대북 정찰 분야에서 균형에 맞지 않고 위험한 양보를 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군 스스로 방어 시설을 급속히 허물고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교류는 국보법이 있어도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맞춰 현재의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는 한번 무너지면 두 번째가 없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확인하고 난 뒤 국보법 개폐 문제를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9/20181009020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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