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비핵화 방안과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을 논의했다. 폼페이오는 방북 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오늘 북한과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했다. 그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키로 했다"며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미국의 상응 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조만간 양측 실무협상단이 추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폼페이오는 지난 7월 3차 방북 때 북한으로부터 "강도적인 요구를 한다"는 비난만 듣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 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가 3개월 만에 재개된 것인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평양에 들어갔다. 한나절 남짓의 짧은 일정 중에 김정은을 만난 것은 양측 간에 물밑 접촉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날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평양 선언을 통해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의 조치와 종전 선언 등이 포함된 미국의 상응 조치를 놓고 주고받기가 이뤄졌을 것이다. 북한이 제재 완화까지 요구하며 그 대가를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 결과를 토대로 미·북 간에는 실무 접촉이 이어지고 양측 정상도 다시 마주 앉아 담판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의 길로 나서는지, 아니면 다시 한 번 사기극으로 핵보유국을 추구하는지를 가리는 중대 고비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확인했다는 '김정은 비핵화 의지'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미·북의 협상 재개에 앞서 남북이 약속이나 한 듯 핵 신고·검증이라는 핵심 절차를 뒤로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북이 신고·검증을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을 "신뢰 조성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우리 정부는 "우선 종전 선언과 영변을 맞바꾸고, 핵 신고는 신뢰가 형성된 이후로 미루자"며 거들었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모든 핵무기·물질·시설을 먼저 신고하고 이를 검증하는 절차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을 없애려면 그것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부터 알아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북이 이 절차에 동의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고, 거부한다면 핵 폐기 사기극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북의 핵 신고 거부를 편드는 것 역시 북의 핵 보유 전략을 돕는 결과가 된다. 지난 주말 워싱턴 세미나에서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은 국제사회 단결을 매우 잘 분열시킨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새겨들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7/20181007021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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