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융 전문 해커 조직을 운영하며 지난 4년간 주요 금융기관 등을 해킹해 11억달러(약 1조2300억원)어치 외화 탈취를 시도했고 실제 수억 달러를 북으로 빼돌렸다고 세계적 보안회사가 3일 밝혔다. 'ATP 38'로 명명된 북 해커 조직이 베트남·대만 등 최소 11국 은행의 해외 송금망을 해킹했다고 한다. 국제 NGO가 한국으로 송금하려던 돈도 털렸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2일 '히든 코브라'라는 북 해커 조직이 악성 코드를 이용해 전 세계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훔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사이버 공격 경보를 발령했다. 작년에는 30여 개국, 올해는 23개국 ATM이 이 수법에 당했다고 한다.

북은 1990년대부터 핵·생화학 무기와 함께 사이버 무기(해킹)를 '3대 비대칭 전력'으로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전산망 마비나 단순 정보 탈취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미 태평양사령부 지휘통제소를 공격하고 세계 금융망을 전문적으로 해킹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두 곳을 해킹해 76억원어치를 훔치기도 했다. '북 해커 집단의 제1 타깃이 한국'이라는 미 국가정보국(DNI) 전 국장의 최근 경고처럼 북 해킹은 이미 북핵만큼 우리 안보의 치명적 위협이 됐다.

그런데도 지난달 평양 정상 선언 부속합의 성격인 남북 군사 합의서에는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 금지'라면서도 사이버 공간에서의 위협을 제한하는 내용은 전연 없다. 우리 군이 절대 우위에 있는 대북 정찰 자산에 대해선 기종(機種)별로 세세하게 비행금지구역을 정해놓고 북이 빠르게 발전시킨 '사이버 전력'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북의 위협은 그 대로 놔둔 채 한국의 전력 우위만 제거시킨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이 김정은 쇼에 빠져 북한 정권이 다른 집단으로 바뀐 듯 환상에 빠져 있다. 고위 인사들마저 인권 유린인 대집단체조에 감격해하고, 김여정 팬클럽 회장이 서로 되려고 한다. '김정은은 믿을 만한 인물' '북은 정상 국가'라는 찬가도 부른다. 북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를 잊으면 남북 평화는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4/2018100404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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