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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핵 신고는 뒤로" 핵 폐기 역행으로 간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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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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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 워싱턴 포스트지 인터뷰에서 "미국이 종전 선언을 하고 북한이 이에 따라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할 경우 비핵화의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전 선언과 북한 핵 시설 신고를 맞바꾸자는 미국과, 종전 선언과 영변 핵 시설 폐기를 교환하자는 북한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북한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강 장관은 과거 미 부시 행정부가 북핵의 신고·검증을 추진하다 실패했던 사례를 들며 "북의 핵 신고는 미·북 간에 신뢰가 형성된 이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런 편의주의를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폐기하겠다는 영변 원자로는 플루토늄 생산 시설로 이미 북은 핵무기를 고농축 우라늄탄으로 바꾼 지 오래다. 영변 원자로 역시 풍계리 핵실험장이나 미사일 발사대처럼 사실상 쓸모를 다한 노후 시설이다. 미국 전문가 상당수는 이를 '고철'로 평가하고 있다. 영변 시설도 없애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것으로 마치 비핵화에 큰 진전이나 이뤄진 듯이 하면 정작 핵탄두나 고농축우라늄 시설은 손도 대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국제사회는 핵탄두와 고농축우라늄 시설은 어디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북핵 폐기'라는 것도 바로 이 핵탄두와 고농축우라늄 시설 폐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사안을 뒤로 물리고 지엽에 불과한 영변 시설 철거와 종전 선언을 맞바꾸자는 것은 사실상 북핵 인정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전 선언은 결국엔 유엔사령부 존폐 및 주한 미군 지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북이 앞으로 협상 과정을 잘게 잘라 점점 더 엄청난 요구를 해오면 북핵은 완전히 미궁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를 놓고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폐기 시한 설정을 포기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어떤 사안이든 협상의 장기화는 곧 문제의 기정사실화로 이어진다. 북핵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트럼프는 무엇이든 가시적 성과를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고 김정은은 이를 잘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까지 북한 편을 들어 북핵 신고·검증을 기약 없이 뒤로 미루자고 하면 북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로 문제가 봉합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미·북 간에 이런 식의 타협이 이뤄지려는 기미만 보여도 한국 정부가 가로막고 나서야 할 입장이다. 미국과 싸울 각오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정반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구상에 핵실험까지 마친 나라가 핵을 포기한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 북은 여섯 번이나 핵실험을 했다. 북의 속마음 역시 '핵 보유 '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북을 핵 포기로 이끌려면 북이 싫어해도 핵탄두와 핵 시설이라는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 치열하게 협상하고 압박해야 한다. 그런데 북이 싫어한다고 핵심 문제를 뒤로 돌리기 시작하면 북이 올바른 판단을 했더라도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있다. 지금은 한·미 정부가 쉬운 보여주기가 아니라 어렵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결단하고 해야 할 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4/2018100404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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