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이 2개월간 작업해야해 몰래 北에 보내는 것은 불가능
정부 비축미 고갈도 사실무근, 작년 역대 최다매입 여파로 상승
 

올 들어 급등한 쌀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재고 쌀을 푸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쌀값 고공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3월 말~4월 초 17만원 선을 돌파한 산지 쌀값(80㎏ 한 가마 기준)은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25일 기준 17만8220원을 기록하며 18만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현재 쌀값은 작년 같은 시기(13만3348원)보다 34%나 상승한 것이다.

쌀값 급등세가 그칠 줄 모르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최근의 남북 평화 분위기와 연계된 '괴담(怪談)'이 번지고 있다. "정부가 북한산 석탄과 쌀을 맞바꿨다" "북한에 쌀을 퍼주느라 정부 비축미 곳간이 텅텅 비었다"와 같은 소문들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쌀이 들어가고 있고, 그 쌀이 정부미"라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해명하고 있다.

쌀값 괴담은 사실무근

우리 정부는 1995년 15만t 규모로 대북 쌀 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과 2002~2007년 연간 10만~50만t가량을 북한에 보냈다. 2010년 비교적 적은 양인 5000t의 쌀을 지원한 것을 마지막으로 북한에 쌀을 보낸 적이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지원을 위한 온갖 절차상의 문제를 빼더라도 쌀 1만~2만t가량을 북한에 보내려면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돼 2개월가량을 꼬박 작업해야 하는데, 몰래 북한에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온 고객이 쌀포대가 쌓여 있는 양곡 코너 앞을 지나가고 있다. 수년간 하락세를 보인 쌀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시장에서 쌀을 대거 사들이면서 올 들어 쌀값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온 고객이 쌀포대가 쌓여 있는 양곡 코너 앞을 지나가고 있다. 수년간 하락세를 보인 쌀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시장에서 쌀을 대거 사들이면서 올 들어 쌀값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곳간이 비었다는 말도 사실무근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의 쌀 재고는 올해 8월 말 기준 160만t이다. 작년 말(186만t)보다는 줄었지만 2013년 75만t, 2014년 88만t이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국제기구를 통해 원조용으로 북한에 쌀을 보냈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올해 6만t가량의 쌀을 해외 원조용으로 보냈는데 대상국에 북한은 없다. 베트남, 예멘,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5개국이 전부다. 임형준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북한에는 최근 몇 년간 쌀 원조가 들어간 적이 없고, 주로 옥수수·콩 등을 재료로 한 영양 강화 가공 식품을 보내고 있다"며 "과거 북한에 쌀을 보낼 때도 가격이 비싼 한국 쌀이 아닌 동남아 등지의 저렴한 쌀을 구해서 보냈다"고 말했다.

쌀값 상승은 정부가 대거 사들인 탓



최근 6년간 9월 말 기준 산지 쌀 값

올 들어 쌀값이 크게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시장에서 쌀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작년 정부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37만t의 쌀을 시장 격리(가격 조절) 목적으로 매입했다. 쌀값이 수년째 하락세를 보이며 작년 12만원대까지 떨어지자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작년 평균 쌀값(13만669원)은 1996~1997년 가격(13만2898원, 14만798원)보다도 낮았다. 정부는 떨어지는 쌀값을 잡기 위해 2014년 24만t, 2015년 35만7000t, 2016년 29만9000t의 쌀을 사들였음에도 효과가 없자 작년에는 매입 물량을 역대 최대로 늘리면서 이례적으로 쌀 수확기(10~12월) 이전인 9월에 "올해 작황이 어떻든 무조건 37만t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에 강력한 가격 부양 신호를 주기 위해서였다.

정부의 초강경 조치로 쌀값은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너무 많이 오르면서 정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올해 세 차례에 걸쳐 22만t의 쌀을 시장에 풀었으나 한 번 탄력받은 쌀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쌀값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은 생산자와 소비자 입장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적정 수준에 대한 견해차가 크다"며 "쌀 작황은 매년 다른데 기상을 예측할 수 없다 보니 쌀이 얼마나 남을지를 전망하기 어려워서 쌀 매입량을 정확히 맞추기도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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