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핵사찰·종전선언 빅딜 가능성… 6일 일본, 7일 北·南, 8일 中 방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오는 7일 올 들어 네 번째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가 2일(현지 시각)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한나절 남짓 평양에 머물며 김정은과 직접 북한 영변 핵 시설 사찰·검증·폐기와 종전 선언,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 등을 놓고 담판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7일 평양을 방문한 뒤 당일 서울로 간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일정에는 '김정은과 회담'만이 적혀 있었다. 폼페이오 방북에 앞서 김정은과 회담을 문서로 공식 예고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7월 3차 방북 때 김정은 면담이 무산되면서 불거진 '빈손 방북'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 맞춰 일본·한국·중국도 차례로 방문한다. 먼저 6일 일본을 찾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을 만난다. 그는 7일 김정은과 면담 후 오후 늦게 서울에 도착한 뒤 8일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난다. 이후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선 미국이 요구하는 영변 핵 시설 사찰·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반출 등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주장하는 연내 종전 선언을 놓고 양측 간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10월 7일 평양 미, 북 비핵화 논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계기로 7일 평양에서 열리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미측은 영변 핵 시설과 동창리 엔진 시험장에 대한 전문가 사찰·검증,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해체·반출 등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정은은 평양 공동선언문에서 '전문가 참관하 동창리 엔진 시험장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 시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연내 종전 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다.

미 정가에선 미·북이 영변 핵 시설 사찰과 종전 선언을 맞바꾸는 데 어느 정도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수차례 "북한이 핵 사찰을 허용했다"고 한 만큼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번 방북에선 양측 생각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아직 김정은과의 담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은 것으로 안다"며 "100% 회담이 성과를 낸다고 장담할 순 없다"고 했다.

◇'자신감' 언급한 美, 종전 선언 꺼내나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과) 대화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우리가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 대화를 지속할 만큼 자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진전하고 있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짧고 김정은과의 면담도 예고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면담도 못한 3차 방북 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원하는 종전 선언과 관련해 나워트 대변인은 "한국·일본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으며, 이번 방문 때 그들과 만나길 고대한다"고 했다.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를 강조해온 기존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기류다. 한·일과의 조율을 통한 종전 선언 추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시점에 관해서도 국무부의 말은 미묘하게 바뀌었다. 나워트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전 비핵화를 고수하느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그런 일이 일어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며 "임의적인 비핵화 시한을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이는 '희망 사항'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북한과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한 뒤 미 행정부 내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나워트 대변인은 다만 "제재는 완전히 유지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완전히 지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이고, 미국은 압박을 완화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방북 전후 이례적 日·中 방문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동선(動線)도 앞선 1~3차 때와 다르다. 방북 전 일본, 방북 후엔 한국·중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방북 직전인 6일에는 일본을 찾아 아베 신조 총리, 고노 다로 외무상을 만난다. 7월 3차 방북 때는 요코타 주일 미군 기지에서 급유만 했다.

김정은 면담 후 서울에선 방북 결과를 공유하며 종전 선언에 관한 입장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중(訪中)이다. 그가 방북 후 베이징을 찾는 것은 처음으로 6·12 미·북 정상회담 직후 방중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국무부는 "중국의 카운터파트를 만나 양자 문제와 지역·글로벌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일각에선 "중국에도 설명할 필요가 있는 '빅딜'이 평양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북 간 협의 결과에 따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서 바로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장소가 구체적으로 정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추후 가동될 '오스트리아 빈 실무 협상' 등을 통해 최종 조율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방북이 비교적 조기에 이뤄지는 만큼 2차 정상회담이 미국 중간선거(11월 6 일) 전에 열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장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가 발표되긴 어렵겠지만, 만약 이번에 발표된다면 그것은 상당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신호"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 중간선거 전에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도 전보다 커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종전선언-김정은 서울 답방으로 가는 게 순리"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4/20181004002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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